[HI★PICK] 김민경, 정체성 혼란 속 전성기 잇는 활약

입력
2023.07.10 14:46
코미디언 김민경, 운동인 아닌 '예능인'의 활약
전성기 속 고충 "피지컬 예능 섭외 제안만…"

코미디언 김민경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주로 체력적인 부분이다. '근수저', '민경 장군' 등 주로 몸을 쓰는 예능에서 도약을 꾀했다. 대중이 김민경의 '근수저' 면모에 열광했던 이유는 그가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다. 김민경이 총부터 야구 배트까지 드는 과정에서 포기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도전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남겼던 터다.

김민경의 영역 확장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였던 '오늘부터 운동뚱'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령을 드는 벌칙에 당첨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제작진이 생각했던 그림은 김민경이 운동을 하며 좌절하는 모습이었겠으나 김민경은 타고난 근력과 근성으로 거뜬히 미션을 해결했다. 이는 김민경이라는 코미디언의 생명력을 열어주는 기로가 됐다.

건장한 체격으로 인해 주로 먹방에서 소비됐던 김민경에게 운동은 새로운 무기가 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여성 스포츠 열풍과 맞물리면서 김민경은 단순한 '뚱4'의 멤버가 아니라 피지컬 예능이 가능한 코미디언으로 인식됐다. 이는 달라진 사회상도 한몫을 했다. 더 이상 마르지 않은 몸이 희화화되선 안 된다는 여론이 커졌고 김민경이 그저 뚱뚱한 여성으로만 소비되지 않게 됐다.

이후 '골 때리는 그녀들' '마녀들' 등을 통해 김민경은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더니 '운동뚱'으로 돌연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지난해 개최된'2022 IPSC(International Practical Shooting Confederation, 국제실용사격연맹) 핸드건 월드 슛'에서 국가대표로 나서면서 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그가 타고난 체급이나 근력보다는 스스로 일궈낸 성과다.

이 가운데 김민경은 정체성 혼란을 토로하기도 했다. 피지컬 예능으로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비슷한 궤의 예능들만 제안이 온다는 것이다. 새롭게 합류한 '몸쓸것들' 역시 김민경의 강점을 활용한 캐스팅이다. 과거 '라디오스타'를 통해 김민경은 "요즘 친구들은 제가 개그우먼인지 모르고 운동 선수인데 예능을 하는 줄 알더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근수저'로 2막을 연 김민경은 어느덧 예능인과 운동인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이다. 앞서 진행된 '몸쓸것들' 제작발표회에서 김민경은 "저는 코미디언이다. 직업이 그건데 계속 스타일리스트도 운동복만 챙기고 있다"면서 "힘을 쓰는 모습 역시 저를 저답게 보이게 하는 모습인 것 같아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고민 끝 나온 결론을 전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