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묻지마 범죄' 사례의 하나로 기록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재판에서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가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권 등을 보장하며 재판 절차 참여 권리를 확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은 3일부터 범죄 피해자 재판절차 진술권 활성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 방안에는 △재판절차 진술권 상세 안내 △공소제기 시 문자메시지 안내 △피해자 의견 진술서 표준양식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범죄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은 1987년에 이미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이런 권리가 있는지 몰랐다. 게다가 실제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검사, 피고인)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피해자의 의견 진술권보다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돌려차기 등으로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하려 한 사건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왔다. 가해자 남성은 지난달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했으나, 검찰은 "양형 부당은 상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상고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피해자도 직접 상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앞으로 피해자에게 재판 진술권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 범죄 피의자를 기소할 때 검사는 필수적으로 대면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피해자에게 진술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진술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정식재판 청구 시 사건 피해자 및 대리인에게 발송하는 안내 메시지에도 진술권에 관한 상세 안내 사항을 덧붙인다. 피해자 의견 진술서 표준양식도 제공해, 심리적·신체적·사회관계적·경제적 피해에 관한 세부상황 기재를 돕는다. 보복위협 등 2차 피해 내용이나 피고인 처벌에 관한 의견도 담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 독일은 '공소참가 제도'를 운영해 피해자에게 재판 출석권을 주고, 법관 기피신청권을 보장하며,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질문권까지 제공하고 있다. 직접 증거를 신청하거나 상소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피해자가 참가인 자격으로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과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
송강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한국 형사절차는 검사와 피고인이 중심이라, 피해자는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주변인'으로만 머문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며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주인공'으로 적극 참여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개선안 시행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