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헤비유저(다량 이용자)’인 동남아시아 독재자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갑자기 이용 중단을 선언하고 텔레그램으로 떠났다.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감독 기구가 그의 계정이 인권침해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용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독립기구인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훈센이 페이스북을 통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계정 중단과 문제가 되는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감독위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 콘텐츠 전반을 감독한다. 2018년 11월 출범 이후 정부 수반의 계정 중단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감독위는 “훈센이 위협과 불안 증폭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1985년부터 38년째 장기 독재 중인 훈센 총리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과 생각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수시로 올렸다. 그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캄보디아 인구(1,694만 명)에 육박하는 1,400만 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로어(1,100만 명)보다 많다.
훈센 총리는 페이스북을 폭력을 선동하거나 반대파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게시된 영상에선 야당 인사들을 향해 “법과 방망이(매) 중 하나를 선택하라. 인민당(집권여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집으로 폭력배를 보내 구타하고 체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최근에도 훈센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야당 지도자를 로켓 발사기로 쏘고 (반대파) 100여 명을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타는 그가 올린 콘텐츠가 "뉴스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감독위는 일축했다. 파멜라 산 마르틴 감독위원은 “우리가 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SNS가 무기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감독위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 메타 경영진이 이를 검토한 뒤 60일 이내에 수용 또는 거부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그럼에도 감독위 발표 직후 돌연 훈센 총리의 페이스북 계정이 사라졌다. 훈센 측은 텔레그램에 채널을 새로 만든 뒤 “텔레그램이 페이스북보다 낫다. 앞으로는 이곳에서만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훈센 총리는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중국계 틱톡에 올리겠다면서 지지자들에게 “텔레그램과 틱톡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가, 틱톡은 중국이 만들었고, 메타는 미국 기업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훈센 총리 틱톡 계정 개설 하루 만에 2만2,000명의 팔로어가 생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