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치우란 말에 빗자루 휘두른 70대... 2심서도 무죄

입력
2023.06.29 17:16
CCTV에 빗자루로 삿대질 모습 찍혀
피해자 "빗자루에 이마 긁혔다" 주장
재판부 "삿대질로 고의성 단정 못 해"
피해자가 피고인 밀친 사실도 드러나

"개똥을 치우라"는 말에 화가 나 이웃에게 빗자루를 휘둘렀다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형한)는 개똥을 치워달라고 요구하는 이웃에게 빗자루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3월 14일 오후 9시쯤 경북 경주시의 한 골목길에서 이웃인 B(54)씨가 "어딜 싸돌아 다니냐, 바람 났냐, 개똥 치우라"고 말하자, 홧김에 손에 들고 있던 수수빗자루를 휘둘러 B씨의 이마에 상처를 낸 혐의를 받았다.

A씨는 1심에서 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경찰관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보고 확인한 내용도 피해자 진술과 부합한 점을 들어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의로 폭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수사보고서에는 ‘A씨가 빗자루를 들고 B씨의 얼굴에 갖다 대며 삿대질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돼 있으나, 이것만으로 빗자루를 휘둘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설령 빗자루를 들고 삿대질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시비를 걸어 피고인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행동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왼쪽 쇄골 부위를 두 차례 밀친 사실을 숨긴 적도 있어 이러한 점을 미뤄 볼때, 앞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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