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84)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5번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소 5년만에 받은 무죄 확정 판결이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시간, 박 전 대통령의 실시간 사태 파악 여부 등을 국회에 허위 제출한 혐의로 2018년 3월 기소됐다. 당시 김 전 실장 서면 답변서엔 '20~30분 단위로 상황을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은 것 이상으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1·2심은 김 전 실장의 서면 답변 세 건을 모두 허위 공문서에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국회에 알렸는데, (실제론)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러 탑승자들의 구조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8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답변서가 대통령 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발송한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됐고, '대통령이 대면보고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부분은 주관적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등의 증거관계 변동이 생기지 않아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날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해 김 전 실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세월호 단체들은 반발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사법부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한 채 김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와 이를 지켜본 국민에 대한 사법 테러이자 사법부의 양심을 저버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