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아살해' 사건 친모가 언론에 자필 편지를 보내 "남은 세 아이가 걱정돼 자수하지 못했다"며 "셋째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9일 수원 영아살해 사건 친모인 고모(35)씨가 전날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전달한 자필 편지를 보도했다. 고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남자와 여자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자녀 삼남매(12세, 10세, 8세)가 있다.
고씨는 편지에서 "(아기들이) 매일 매일 생각났다.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썼다.
고씨는 수원시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6일 고씨의 아파트를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개인 정보가 도용돼서 혼동된 것 같다"고 거짓말 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또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정리하는 법 등... 뭐라도 혼자 할 수 있는 걸 알려주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걸 알려주는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고씨 부부는 지난 21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자 범행을 자백했다.
범행 동기로는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을 언급했다. 고씨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적었다. 고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의 어린이집 원비도 500만원 이상 납부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고씨는 남은 아이들을 보호해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자백 후 방송에 사건이 보도돼 아이들은 하교 후 집으로 못 가고 피신하여 지금까지 학교를 못 가고 있다"며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아이가 생각해서 보낸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과도한 신상털기가 시작되었다. 제발 그만 연락해달라. 아이 친구들을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저의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다만 저로 인해 남편, 아이들, 부모님 신상을 털고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제발 보호해달라"고 적었다.
그는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했다. 남편 이모(41)씨는 여전히 "아내가 낙태한 줄 알았다"며 출산과 살해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씨의 변호인인 유형빈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영아 살해 사건은 보통 사람들이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흥분 상태, 수치심, 압박감이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고씨가 남편에게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고, 베이비박스에 두고 오면 유기죄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결국 해선 안 될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고씨에 대해 범행 당시와 현재의 심리를 분석하는 조사를 벌인 후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