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7일 마지막 변론을 열고 이 장관과 국회 측 최종 의견을 들었다. 이 장관 측은 "사후 전지적 관점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이 장관을 탄핵하려는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위험 징후가 뚜렷했고 그에 따른 이 장관의 법적 책무가 명백하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회 측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미설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지연 △경찰 대응 인력 투입 지연 △긴급구조 지휘 요청 권한 미행사 등 사고 당일 쟁점을 차례로 짚으며 "이 장관이 법률상 정해진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수본 설치 등 조치는 재난안전관리법상 명확한 절차이기에, 이 장관이 재량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국회 측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행사 주최자'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 측 대리인은 "주최자 유무와 관계없이 국민 생명에 피해를 주는 모든 형태의 사고 위험은 안전 관리 대상"이라며 "이 사건은 위험 발생 징후가 너무나 뚜렷했고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근거가 모두 '사후적 관점'에서 나왔다고 맞섰다. 이 장관 대리인 윤용섭 변호사는 "참사 후 확인된 사실을 마치 다 예견했다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의 권한은 다른 기관을 상급자로서 지휘·통제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장관에게 돌리는 것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개인, 국가, 사회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은 인간사회의 일종의 숙명"이라며 "탄핵 심판이 정치적 공세의 방편으로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 변론에 앞서 헌재는 참사 유족을 불러 20여 분의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무고한 생존자들이 시민들을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하는 동안 장관은 도대체 무엇을 했냐"며 "(유족에게) '시체팔이'라는 2차 가해가 쏟아질 때에도 이를 묵인하는 것이 장관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이 장관의 파면은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한민국에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변론을 마무리한 헌재는 "양측에서 변론으로 주장한 내용과 제출된 증거를 기초로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선고기일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다음 달 말이나 8월 초쯤 헌재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