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 경기행복주택. 내달 입주를 앞둔 13층짜리 이 건물은 '모듈러주택'으로 만든 국내 최고층 주택이다. 모듈러주택은 주요 구조물과 건축 마감 등을 포함한 모듈러 유닛을 공장에서 먼저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아파트다. 이날 열린 준공식에는 이상일 용인시장, 시공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대표이사와 함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현행법상 13층 이상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세 시간 동안 열을 견뎌야 하는 이유로 그간 국내 모듈러주택의 높이는 12층에 머물렀다. 하지만 경기행복주택은 기술력으로 이 한계를 극복, 세계에서 6번째로 13층 이상의 모듈러주택을 선보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에, 국토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경기행복주택은 모듈 1개로 만든 17㎡ 규모 102가구와 모듈 2개를 쓴 37㎡ 규모 4가구로 구성됐다. 짓는 데 걸린 시간은 13개월. 통상 아파트 건설에 2년 안팎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방에 있는 신발장, 옷장, 화장실 등 가전제품을 제외한 모든 요소가 모듈로 미리 제작됐고, 벽지, 타일 마감도 사전에 마친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모듈을 이어 붙이기만 했다.
모듈러주택은 공사기간을 30~50%가량 단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음, 먼지, 폐기물 발생이 적다. 현장 작업이 최소화되는 만큼, 인건비는 줄고 안전성은 향상된다.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어 탄소 저감 측면에도 제격이다. 다만 공사비가 비싸 시공사가 모듈러주택 시공을 택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모듈러주택 사업을 활성화하고 해외 수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은 작년 기준 121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 2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모듈러 공법 주문이 밀려올 것 같다"며 "한국이 모듈러 공법 선두주자로 일어설 뿐만 아니라 연관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듈러 공법에 맞는 규제 수립과 인센티브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는 인허가 기간을 단축시키는 사전인증제도 도입 등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