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공포'도 옛말?… 다시 늘어나는 가계대출

입력
2023.06.25 17:00
22일까지 5대은행 잔액만 6000억↑
주담대 금리 상승에도 증가세 뚜렷
한은 "금융불균형 축소 제약" 우려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잔액이 6,000억 원 이상 뛰는 등 증가세가 굳어져 가는 추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반등하면서 금융불균형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162억 원에 달한다.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 대비 반등을 기록한 5월 말(677조6,122억 원)보다 6,040억 원 불어난 것이다. 월말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두 달 연속 증가가 확실시된다. 전체 은행권 기준으론 가계대출 석 달 연속 확대가 유력해졌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 2조3,000억 원, 5월 4조2,000억 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금리가 올랐는데도 잔액이 오히려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3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23~6.985%로, 연 3%대까지 떨어졌던 하단이 4%대 초중반으로 올라왔다.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면서 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이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834억 원 증가를 기록 중이다. 이자 부담에 줄곧 뒷걸음치던 신용대출 잔액 역시 8개월 만에 1,035억 원 증가했다.

시장은 지난해 대출시장을 장악했던 수요자들의 ‘고금리 공포’가 한풀 꺾인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부진했던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자금 수요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더라도 작년처럼 급등할 것 같지는 않다는 심리 또한 대출 증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가계부채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21일 공개된 ‘금융안정보고서’는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과도한 부채로 자산을 매입하려는 행위가 다시 늘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상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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