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가 안 된 '미등록 영유아'에 대한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국민의힘이 대책 마련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의무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와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법제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지난 8년간 병원 출산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하고, 이 중 1%인 23명을 표본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 시신 3구가 발견됐다"며 "미등록 영유가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출생사실 통보가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등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지난해 3월 제출한 의료기관의 출생 통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과 신원 정보 노출을 원치 않는 산모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내용의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출생통보제가 필요하고, 익명으로 출산하는 상황에 대한 법적 절차 마련을 위한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며 "(계류된 법안을) 법사위 간사에게 빨리 처리하도록 독려하겠다.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입법 미비로 미등록 영유아 보호망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만큼,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당내 전담 TF를 구성할 방침이다. 민간기관 중심의 보육체제를 점검하고,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된 아동에 대한 체계적 관리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건 너무 부끄러운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원인을 조사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한목소리를 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강원 강릉세인트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출생했지만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영아 살인 사건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아이를 낳으면 국가 지원받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출생 미등록 사유는 무연고, 혼외자, 친모 연락두절 등 다양하지만 모두 어른들의 사정일 뿐"이라며 출생통보제와 사회보장급여법 등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