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 1호 영업사원 왔다”… 호주 총독 방문 때보다 더 뜨거운 관심

입력
2023.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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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 윤 대통령·기업인들 방문 상세히 보도

“한국의 1호 영업 사원이 왔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땅을 밟자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이 같은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후 2박 3일간의 일정 동안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체결한 각종 양해각서(MOU) 소개는 물론, 윤 대통령 내외의 일거수일투족도 상세히 보도됐다. 베트남-호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데이비드 헐리 호주 총독 부부가 올해 들어 첫 베트남 국빈 방문을 했을 때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영 VTV방송 등 베트남 매체들은 23일 오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 전 국가주석 묘소를 참배한 뒤 보반트엉 국가주석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윤 대통령 국빈 방문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뜨거웠다. 주요 매체들은 전날부터 한국 대통령이 경제인 205명과 함께 베트남을 찾은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첫 방문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했고,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동행 경제사절단 규모(122개 기업)보다도 두 배나 많은 기업인들이 찾았기 때문이다. 보도 초점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졌다.

베트남 유력 매체인 뚜오이쩨는 양국이 1,500억 달러 상당 경제협력 확대 합의에 나선 점을 거론하며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황금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VN익스프레스 등도 △경제사절단과 베트남 기업인들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111건의 MOU를 체결한 소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오응옥중 노동보훈사회부 장관과 고용허가제(EPS) 인력 송출 관련 협정을 체결한 사실 등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일간 지아오득 등 일부 매체는 김 여사가 베트남 여성의 전통 복장인 아오자이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점도 상세히 보도했다. 동남아시아의 신흥 강자인 베트남 입장에서 경제 협력을 비롯한 한국과의 우호 관계 증진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베트남 측은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에 최대 40억 달러의 유상 원조에 나섰고,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이 한국 정상 방문에 평소보다 더 관심을 기울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 외교가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한 해 보통 서너 차례 국빈을 맞는데 윤 대통령은 (호주 총독에 이은) 올해 두 번째 귀빈”이라며 “그러나 MOU 체결 수나 언론 보도 차원에서 두 달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베트남과 호주는 2018년부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호주는 베트남의 7번째 교역국이고, 베트남은 호주의 10번째 교역국이다. 한국은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 1위, 공적원조(ODA) 2위, 교역 3위를 차지하는 만큼,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은 ‘역대 최고 수준의 양국 관계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며 “경제협력 촉진과 투자 확대, 공급망 안정화 등 주요 사안 논의뿐 아니라 디지털 변환, 인적자원 교육, 금융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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