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단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진 나라입니다. 제 아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팬이에요. 새로운 장르에 반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게 한국 드라마의 힘이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책임자(CEO)가 22일 공동 CEO 임명 이후 처음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K콘텐츠의 잠재력을 극찬했다. 서랜도스 CEO는 "그동안 한국 창작자들과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지금까지는 겉핥기에 불과했다"면서 차세대 창작자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서랜도스 CEO는 이 자리에서 "현재 회원의 60%가 K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고, 넷플릭스 시청시간은 6배나 증가했다"면서 영화 '카터'와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 세계적으로 히트한 K콘텐츠들을 언급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복장인 초록색 운동복과 흰색 운동화 매출이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넷플릭스와 한국의 협업이 보여준 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야기가 전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다는 믿음으로 로컬한 이야기를 발굴했다"면서 "그 믿음을 가장 잘 입증한 곳이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와 K콘텐츠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영화 '옥자'다. 서랜도스 CEO는 '옥자' 논의를 위해 봉준호 감독을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영화 '괴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궁금증이 생겨 봉 감독을 만나보고 싶었다"면서 "넷플릭스와 봉 감독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는데 함께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4년간 넷플릭스는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투자한다. 차세대 창작자 발굴에도 힘쓰기로 했다. 서랜도스 CEO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영화 5편 중 1편이 신예작가 혹은 감독의 데뷔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자들을 위한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의 지식재산권(IP) 독점에 대한 질문에 "창작자들과 프로듀서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며 "시장 최고의 수준으로 (창작자에게) 보상하고 시즌2 제작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서랜도스 CEO는 한국에도 계정공유 금지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묻는 말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계정공유 금지는 남미 일부 국가에서 먼저 시범 도입하고 지난달 미국에 도입됐다. 서랜도스 CEO는 "계정공유 방식은 글로벌하게 지속할 것"이라면서 "오늘 특별하게 공지할 것은 없지만 기대해 달라"고만 했다.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인 국내 통신사들 간 망 이용료 이슈에 대한 질문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랜도스 CEO는 "우리가 ISP를 위해 한 것은 10억 달러 정도를 오픈 커넥트 시스템(자체 개발 네트워크 전송 시스템)에 투자한 바 있다"면서 "6,000개 이상의 지점에 투자한 이 금액을 통해 인터넷이 더 빨라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부터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도 K콘텐츠를 줄줄이 선보인다. 하반기부터 'D.P. 시즌2'를 비롯해 '솔로지옥3', '스위트홈2', '이두나!', '발레리나' 등 기대작들이 쏟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