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조상준 날린 A씨가 국정원 ‘인사파동’ 주도”

입력
2023.06.22 12:00
“조상준 때 신설 국장도 쳐내고 그 자리 차지” 
김규현의 전 비서실장, 최근 ‘의원면직’ 처리
신진 주류 계파갈등… “조직 마비, 대통령 책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퇴진에 개입한 김규현 국정원장의 전 비서실장 A씨가 최근 잇따른 국정원 인사파동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최근 ‘의원면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자신이 파악한 최근 국정원 인사파동 실체를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국정원 인사파동은 지난해 9월 1급 간부 27명 전원이 퇴직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2·3급 간부 100여 명이 대기발령됐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원 1급 간부 5명의 보직 인사를 한 지 나흘 만에 이를 번복했다. 조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하루 전 사퇴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주도한 것은 김규현 원장의 비서실장이었던 A씨였다고 박 전 원장은 전했다. 그는 “A씨가 1차 인사파동 때 현 (김규현) 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전횡을 휘둘렀다”며 “그다음에 A씨에 의거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검찰 간부(조상준)가 기조실장으로 와 있는데 거기를 또 쳐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조 전 실장 때 신설된 국정원 기조국장을 쳐내는 데도 개입했다고 박 전 원장은 전했다. 본인이 1급으로 승진해 파견 검사가 앉아 있던 그 자리를 차지했다가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조 전 실장이 기조국장인지 무슨 국장을 신설해서 검찰의 중견 간부가 와 있었다”며 “A씨가 이번 1급 인사에서 자기가 승진해서 그 자리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파악하고 윤 대통령이 최근 국정원 1급 승진 인사를 일주일 만에 번복하자 A씨는 사표를 냈고, ‘의원면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면직’이란 ‘공무원이 자신의 사의 표시에 의해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박 전 원장은 이 같은 인사파동을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원 내 신진 주류세력이 일으킨 계파갈등으로 풀이했다. 이어 “(연이은 인사파동으로) 국정원을 마비시켜 놓은 책임은 대통령한테 있다”며 국정원을 이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으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에 빨리 단언을 내리셔야 했는데 현 원장을 조직에서 인사에서 배제시켜 놓았다는 건 지금 허수아비가 앉아 있다는 것”이라며 “국정원 내 한두 사람이 권력투쟁을 해서 이 짓거리를 하면 능지처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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