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손을 잡고 '곰표 밀맥주 시즌2'(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면서 호랑이를 상징 동물로 내세운 세븐브로이의 '대표 밀맥주'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곰표 밀맥주가 자신들의 레시피를 베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대한제분은 허위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함께 '곰표 밀맥주'를 개발해 대박을 쳤던 짝꿍이었지만 이제는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두 제품의 맛이 비슷할까. 21일 두 제품을 구해 20~50대 12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시음을 한 12명 모두 투명컵에 담긴 두 맥주가 서로 다른 제품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탄산감과 목넘김 등 맛은 두 맥주가 비슷하지만 향이 달랐다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대체로 두 제품 다 산뜻한 향이 났는데 대표 밀맥주의 향이 더 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색상도 곰표 밀맥주는 연했고 대표 밀맥주는 좀 더 짙었다.
12명 중 다섯 명은 곰표 밀맥주에서 탄산감이 더 느껴진다고 말했고, 네 명은 대표 밀맥주가 탄산감이 더 강하다고 답했다. 세 명은 두 맥주의 탄산감과 목넘김이 비슷하다고 했다. 두 명은 대표 밀맥주에서 미세하게 신맛이 난다는 의견도 냈다.
향은 12명 모두 대표 밀맥주가 더 진하다고 말했다. 시음한 A씨는 "곰표 밀맥주는 산뜻한 향이라면 대표 밀맥주는 과일향이 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B씨는 "둘 다 맛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향이 달라 구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C씨는 "곰표 밀맥주는 가볍게 마실 수 있으며 대표 밀맥주는 좀 더 묵직한 맛이었다"고 말했다.
두 제품 모두 도수는 4.5도로 같았는데 밀과 밀가루 함량이 미세하게 달랐다. 밀은 곰표 밀맥주가 6.4%, 대표 밀맥주가 6.36% 들어갔고, 밀가루는 각각 0.03%, 0.02% 함유됐다. 보리맥아의 경우 곰표 밀맥주는 덴마크·독일·벨기에산 등이, 대표 밀맥주는 독일·네덜란드산이 들어갔다. 밀은 곰표 밀맥주가 독일·호주·영국산 등이, 대표 밀맥주는 독일·호주·네덜란드산이 담겨 있다.
향을 결정하는 과일 추출물의 경우 곰표 밀맥주는 국내산 무가당 복숭아 퓨레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밀맥주는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푸르츠의 추출물을 적절히 섞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2020년 협업상품으로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으나 대한제분이 3월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바꾸면서 갈등을 빚게 됐다. 세븐브로이는 기존 맛을 그대로 살려 상표명을 대표 밀맥주로 바꾼 후 출시했는데 대한제분이 시즌2를 내면서 레시피를 뺏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 종료 1년 전 대한제분의 요구에 따라 원재료 및 성분명, 배합비율 등이 담긴 품목제조보고서를 전달해 제조의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세븐브로이는 새로운 곰표 밀맥주가 기존 제품과 동일한 '벨기에 세종 효모'를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존 제품 개발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이젠' 효모 대신 국내 밀맥주 최초로 벨기에 세종 효모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1일 제주맥주 관계자는 "해당 효모는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효모로 10개 이상 국내 브루어리에서도 사용 중"이라며 "(곰표 밀맥주는) 우리의 양조 노하우를 가지고 밀 맥아 함량을 키우고 맛과 향의 밸런스를 높이도록 자체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제주맥주는 대한제분과 추가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곰표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제품을 기획 중"이라며 "하반기 중 공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