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정부가 해촉... 신규 제청도 진통 예상

입력
2023.06.21 19:16
고용부, 직권으로 김준영 위원 해촉 제청
1987년 최저임금위 발족 이후 첫 사례

고용노동부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직권 해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위원을 추천해 제청 과정을 밟아야 하는 노동계는 유감을 표했다. 신규 위원 추천부터 제청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지연이 예상된다.

고용부, '구속' 김준영 위원 해촉... 한국노총 "유감"

고용부는 21일 "불법시위와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김준영 위원의 행동은 노사 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로,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해 해촉 제청을 하게 됐다"며 "심의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총 측에) 신규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직무태만·품위 손상 등의 사유로 위원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해촉 사유가 된다.

정부가 1987년 최저임금위 발족 이후 처음으로 근로자위원 해촉 제청을 한 것은 심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진 사퇴도 해촉 사유가 되기 때문에 사퇴 이후 다른 위원을 추천하길 바랐지만, 노총 내부에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마냥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는 만큼 직권 해촉 이후 빠른 추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 신규 위원 추천 의사를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고,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특성상 균형이 깨지면 표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미 근로자위원 1명이 빠진 채 심의가 진행된 지도 2주가 지났다.

한국노총은 "회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고심 끝에 신규 위원 추천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신규 위원 추천과 해촉 사유 인정은 다르다. 김준영 위원은 노조 간부로서 하청노동자 투쟁에 앞장선 것이고 품위 손상이 아니라 상급단체 간부로서 명예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 추천 놓고도 엇갈린 노정...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연일 삐그덕

근로자위원 신규 제청 과정 또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는데, 정부가 이를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김만재 위원장은 김준영 위원과 함께 농성을 벌여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한국노총 측은 "최저임금 적용을 많이 받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위원을 선정해왔기 때문에 금속노련에서 위원 선출이 이뤄졌던 것"이라며 "김만재 위원장은 근로자위원 경험도 있어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용부는 "김준영 위원과 같은 현장에서 붙잡힌 인물인 데다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입장 차가 분명한 만큼 최저임금 심의는 잰걸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사 간 대립이 폭발하는 금액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전날 회의에서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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