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아니면….'
광주광역시가 관내 5개 자치구와 불법 광고물 합동 점검에 나섰다. 광주시 표현대로라면 9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대대적 정비'다. 명분은 불법 광고물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 여름철 집중 호우나 태풍 등 자연 재난 발생 시 불법 광고물로 인한 2차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쾌적한 도시 환경 조성도 합동 점검의 또 다른 이유다.
그런데 뭔가 석연찮다. 우선 불법 광고물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합동 점검 목적과 시기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간 광주시는 주로 명절을 앞두거나 연말, 개학기 때 불법 광고물을 집중 정비해 왔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해엔 설(1월 9~20일)과 개학(2월 27일~3월 31일), 추석(8월 22일~9월 8일), 연말(11월 28일~12월 31일) 기간에 맞춰 쾌적한 가로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자치구와 함께 불법 벽보나 전단지 등 불법 광고물을 정비했다. 이번처럼 불법 광고물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을 주된 목적으로 내세워 합동 점검에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시청 밖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실제 진보당 광주시당이 12일부터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건 것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보당 광주시당은 광주사회서비스원에서 부당 해고된 뒤 1월부터 광주시청사 1층에서 고용 보장을 촉구하며 숙식·농성 중인 어린이집 보육 대체 교사 문제를 대하는 강 시장의 불통 모습을 꼬집는 현수막 3종류를 내걸었다. '강기정 약자불통. 보육 대체 교사 즉시 복직시켜라', '똑같다! 윤석열은 노동 탄압! 강 시장은 부당 해고!' 등이다. 이 현수막들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강 시장의 정체성을 단숨에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절묘한 문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강 시장 입장에선 자신을 저격하는 현수막이 달가울 리 없을 터다. 일각에선 "광주시가 불법 광고물 합동 점검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그도 그럴 게 광주시는 이번 점검 기간 중점 정비 대상 3개 중 하나로 '법령 및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을 어긴 정당 현수막'을 꼽았다. 지난해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광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도 절반 이상이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것이다.
예컨대, 정당 현수막 설치 장소와 개수, 규격을 제한하거나 허위 사실 유포를 금지하는 등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법령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는 식이다. 게다가 광주시는 16일부터 합동 점검을 시작한다면서 당일에서야 자치구에 합동 점검을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말이 합동 점검을 위한 협조 공문이지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예전처럼 점검반 구성 등도 확정되지 않아 광주시와 실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동 점검을 위한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5개 자치구 의회, 정당에 공문 등을 보내 무분별하게 설치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에 대한 정비와 게시 자제를 요청했다"며 "5개 자치구와 함께 불법 광고물을 정비해 시민이 안전한 도시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