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돌아온 '강심장', 복고와 올드의 딜레마

입력
2023.06.26 07:00
10년 만 돌아온 예능 '강심장'
시청률 2%대에 머무르며 부진 
익숙한 그림에 진부하다는 혹평


'강심장'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화제성이 있는 스타들이 한곳에 모였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생명력은 낮아 보인다. 왜 '강심장리그'는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할까.

지난달 23일 첫 선을 보인 SBS '강심장리그'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대에 머무르고 있다. '강심장리그'는 '실검이 사라진 시대, 요즘 이슈는 뭐고 누가 핫해? 가장 핫한 인물들이 들려주는 힙한 이야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유느님 대상, 솔직히 욕 나왔다'를 시작으로 '독립운동가 후손 여배우, 충격 루머', '브브걸 원래 해체하려고 했다' 등 다소 자극적인 부제를 내세웠으나 처참한 성적표다.

지난 2013년 19%대를 기록했던 '강심장'의 부활이지만 복기 이상의 가치를 얻지 못했다. 강호동 이승기의 재회도 잠깐의 화제성을 거머쥐었을 뿐 그때 그 시절의 영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강심장리그'의 목표는 화제성일까. 지승준부터 박항서 감독 등 분야를 망라한 이들을 초청해 각종 사연을 끄집어내고 있지만 본 방송은 방송 전 배포되는 홍보 보도자료 이상의 재미를 갖지 못했다.

자극적인 썸네일로 꾸며진 영상은 현 시대의 유튜브 속 가짜뉴스를 카피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만 부추겼다. 실체 없는 가짜뉴스를 많은 스타들이 루머 양산에 대한 피해를 입는 가운데 가짜뉴스를 표방한 콘텐츠를 만드는 지상파 예능이 좋은 평가를 받기엔 언감생심이다. 쇼츠 등 영상을 조각내 소비하기 좋게끔 만든 취지는 알겠으나 내용 자체가 갖고 있는 올드함은 지금의 MZ세대는커녕 기성세대까지 외면하게 만들었다.

'토크 대결'이 주는 긴장감 또는 흥미성이 다소 떨어진다. 특히 패널들의 존재감이 의문을 자아낸다. 심형탁이 밝힌 18세 연하 일본인 아내 사야와의 연애 스토리는 이미 타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또 배우로 활동 중인 그룹 쥬얼리 출신 예원은 과거 이태임과 함께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사건을 직접 언급했으나 이는 이미 유튜브를 통해 한 차례 언급한 적 있기에 이야기의 희소성은 떨어진다.

다만 순기능의 예시도 있다. 4회에 출연한 시각장애인 앵커 허우령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남겼다. 시신경염으로 시력을 잃은 허우령 아나운서는 안내견 하얀이와 여의도 KBS를 출퇴근하는 일상을 전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장애를 극복하고 앵커가 됐냐고 묻는다. 저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함께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고 패널들의 박수를 받았다. 허우령 아나운서의 고백이 다른 출연진과 달리 깊은 여운을 자아낸 것은 가십성 혹은 퍼즐처럼 짜 맞춰진 에피소드들과 다른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자 4회에서는 시청률 소폭 상승이 이뤄졌다.

과거의 예능을 소환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다. '아빠 어디가'의 리메이크작인 '아빠 따라와'를 비롯해 버라이어티 예능이 다시금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들 모두 같은 그림을 피하고 대중이 사랑했던 장점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강심장리그' 역시 구 시대의 영광을 손쉽게 '카피'하기보다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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