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논란을 빚자 국민의힘이 수습에 분주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며 엄호하는 한편, 정부와 발 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대통령이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교육 이슈를 건드려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19일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방안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다.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18일 통화에서 "대통령 말씀은 정상화된 공교육 범위 내에서 대학입시가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사교육비도 자동적으로 경감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특히 사교육비는 주거비와 함께 가계가처분 소득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물수능'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를 차단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정부에서 수시 확대 기조가 정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해 입시제도의 불안정이 가중됐고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모두가 응시하는 수능을 위해 자녀를 학교가 아닌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 그것이 상식적인 사회인가"라며 "사교육으로 인한 학생, 학부모의 고통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 근절 노력이 결코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교육 문제는 워낙 예민한 분야이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 과도한 정책 추진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면 악영향만 미칠 것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만큼 변화를 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윤석열계'도 비판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수능을 불과 150일 앞두고 터진 대통령의 수능 발언은 수능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어 순식간에 대혼란을 초래했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뭘 안다고 모순적인 얘기를 함부로 해서 교육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냐"고 쓴소리를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어제 자로 강남과 목동, 분당도 격전지가 됐다고 한다. 잘하면 (대구) 수성구도"라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작년 '만5세 초등 입학'을 꺼내 학부모들을 아프게 하고, 올해는 '설익은 수능 폭탄'을 꺼내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대통령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면서도, 변별력을 높이고 사교육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인지 대안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이어 "쉬운 수능이라고 했다가 쉬운 수능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이제는 쉬운 수능도 어려운 수능도 아니라고 한다"면서 "대통령의 발언과 후속 행태가 '정체불명의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