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점 지났다”... 경제정책 중심 ‘경기대응’으로 바뀌나

입력
2023.06.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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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호조세에 물가 2% 안착 전망
1~10일 수출 증가 등 여건도 개선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르면 이달 물가상승률이 2%대에 안착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경제정책의 무게중심도 경기 대응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발표한 ‘6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제상황을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했다.

경기 전환 판단을 뒷받침하는 건 수출이다. 이달 1~1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액(월간 기준)이 깜짝 반등한 것이다. 수출 부진을 이끈 반도체·대중국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영향이다.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액은 4월 26.5%→5월 20.8%→6월 1~10일 10.9%로 완화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여건도 나아지고 있다. 4월 수출액은 41.0% 감소(전년 동기 대비)했으나 5월 36.2%→이달 1~10일 31.1%로 개선되고 있다. 시장 전망처럼 수요 확대로 3분기부터 반도체 공급가격이 오를 경우 반도체 수출 부진은 더욱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선방 중이고, 물가상승률은 6~7월 중 2%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출 개선까지 더해지면 경기 회복세가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 전환을 자신한 만큼 다음 달 초 발표될 기재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엔 경기 대응 위주 정책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앞서 2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정책 기조를 경기 대응으로 턴(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주가 될 전망이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해 해외 자회사 잉여금의 국내 배당과 관련한 법인세 개정으로, 올해 국내 투자가 확대된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수익은 1분기 102억8,45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배 이상 늘어났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지난해보다 4.6배 늘어난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금(59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을 전기차 투자 재원으로 쓸 방침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민생 안정과 함께 하반기 경기 반등,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를 담을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도 경제정책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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