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부 내륙 국가인 우간다에서 한 중학교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계열 반군의 공격을 받아 최소 41명의 민간인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특히 이 중 38명은 10대 초중반에 불과한 이 학교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의 토벌 작전을 피해서 중동을 빠져나간 IS 잔당들이 아프리카를 제2의 근거지로 삼아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돼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날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2㎞가량 떨어진 우간다 서남부 음폰드웨시 루비히라 중학교가 무장단체 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됐다. 현재까지 학생 38명을 포함, 총 41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중상자도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신들은 IS 계열의 우간다 반군연합 민주군사동맹(ADF)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전했다.
루비히라 지역 관료들은 BBC 인터뷰에서 "ADF가 60여 명이 생활하고 있던 학교 기숙사에 불을 지르고 흉기로 학생들을 살해했다"며 "현재로선 사망자 중 20명이 흉기, 17명은 화재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생존자들도 "ADF가 (중학교) 기숙사에 폭탄까지 던졌다"며 "최소 6명의 학생이 ADF에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ADF는 별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우간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학교를 상대로 저지른 잔혹한 공격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군 대변인은 "(ADF의 은신처인) 민주콩고 비룽가 국립공원으로 도주 중인 ADF를 추격하고 있다"며 "이들을 잡기 위해 산악 지대에 헬리콥터도 배치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학교 공격의 배후에 있는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공격은 병력 모집 또는 세력 과시 차원에서 감행됐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처드 몬크리프 국제위기그룹 소속 아프리카 전문가는 BBC 인터뷰에서 "ADF가 병사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학교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학생들이 반군 가담을 거부하자 살해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모병 목적 외에도) ADF가 '아프리카에서도 IS가 활동 중'이라는 걸 선전하기 위해 공격에 나섰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F의 이번 만행은 "아프리카가 IS 부활의 또 다른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재차 증명된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4월 아프리카 말리에선 IS 연계세력의 연쇄 자살 폭탄테러로 최소 9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60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도 IS 지원을 받은 현지 무장단체의 테러 활동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미국 역시 아프리카에서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IS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IS 연계 테러가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로 확대돼 올해에만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WSJ는 이와 관련,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적 입지가 축소되면서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IS의 세력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0년대 우간다 반군들이 연합해 출범한 ADF는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줄어든 올해에만 두 차례 폭탄 테러를 감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ADF는 2019년 스스로를 'IS 중부 아프리카 지부'라 자처했고, 현재까지 약 1,0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해 미국 행정부에 의해 '해외 테러 조직'으로 규정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