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본능 깨우는 굿·판소리·탈춤… 국립극장 여름축제 '여우락'

입력
2023.06.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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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7월 22일 '축제하는 인간' 주제 12개 공연

전통 악기 꽹과리는 악보 없이 소리를 흉내내는 구음(口音)으로 전승돼 왔다. 구음은 지역마다 달라 경상도에서는 ‘추갱 갱 추갱 추개갱’, 전라도에서는 ‘지르당 장 지르당’과 같이 표현했다. 다음 달 19, 2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추갱지르당’은 이 같은 두 지역 쇠 구음의 합성어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호남여성농악의 유순자 명인과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인 손영만 명인의 합동 공연이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농악판에서 세월을 보낸 두 명인의 첫 합동 무대인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의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여우락)의 일환이다. 올해로 14회째, 30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여우락은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을 주제로 12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는 유독 '추갱지르당'을 비롯한 전통 예술의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무대가 눈에 띈다. 개막작으로 30일 공연되는 '불문율'은 윤진철 명창과 김동언 무녀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을 번갈아 주고받는 공연이다. 대금 연주자인 이아람 여우락 예술감독은 "여우락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있지만 그 바탕에는 명인 선생님들의 전통 예술이 있다는 점에서 존경심을 담아 '불문율'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축제하는 인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연희를 더한 것도 올해 여우락의 특징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탈춤을 계승하는 탈꾼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도 축제에 참여한다. 4, 5일 ‘가장무도: 탈춤의 연장’이라는 제목으로 오늘날 관객과 소통하는 탈춤을 선보인다.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는 그간 여우락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1인 판소리 음악극을 무대에 올린다. 제주도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판소리와 재즈, 동해안별신굿의 지화로 표현한 '종이 꽃밭: 두할망본풀이'를 1, 2일 공연한다.

21, 22일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폐막작은 이아람 예술감독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전위음악과 전통창작음악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백야'다. 손열음은 프리페어드 피아노, 토이 피아노, 하프시코드 등 다양한 주법과 악기를 선보이고 이 예술감독은 대금, 단소, 퉁소 등 전통 관악기를 통해 클래식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이외에도 타악 연주자인 황민왕 음악감독과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타악 연주자 사토시 다케이시의 '장:단',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아프리카 전통 현악기 연주자 킹 아이소바와 사물놀이 그룹 느닷의 '리듬 카타르시스' 등 해외 음악가와의 합동 무대도 마련된다.

이아람 예술감독은 "지금 보고 싶고, 볼 수 있는 모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꾸미고자 했다"며 "신명과 치유, 인간, 환경 등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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