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에… '돈 봉투 수수 의원 특정' 주력

입력
2023.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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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물증·진술 교차검증으로 수수자 특정 중"
먹사연 허위용역으로 宋캠프 컨설팅 대납 의혹
'투트랙' 수사… 캠프 불법자금 규모 확대 관측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단 물증과 진술을 통해 돈 봉투 수수자를 특정하고, 송영길 전 대표 경선캠프로 흘러 들어온 자금 추적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3일 송 전 대표 지지 대가로 돈 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2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29곳 의원실의 본청 및 의원회관 출입기록 등을 통해 의원들 동선을 분석하며 수수자의 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계없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교차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입장에선 돈 봉투를 전달한 핵심 연결고리인 윤관석 의원 신병 확보 실패로 직접 진술을 끌어내는 것은 어렵게 됐지만,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과 이를 뒷받침할 진술을 이미 상당수 확보해 혐의 입증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음파일엔 2021년 4월 29일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내가 회관 돌리면서 쭉 만났거든. 윤○○ 의원하고 김○○ 의원 전남 쪽하고"라고 말하는 등 의원들 실명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검찰은 수수 의원 특정 작업을 끝내면 해당 의원들을 차례대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최근 추가 포착된 송 전 대표 경선캠프 불법자금 유입 수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송 전 대표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가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2021년 전당대회 기간 송 전 대표 캠프의 선거 전략 컨설팅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올해 4월 먹사연을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을 분석해온 검찰은 전날 송 전 대표 캠프 선거 전략 컨설팅업체인 '얌전한 고양이' 사무실과 전모 대표 등 관계자 주거지 등 3,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주변에선 송 전 대표 캠프가 조성한 불법자금 규모가 돈 봉투 수사와 관련해 이미 특정된 9,400만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등록된 먹사연이 경제·통일 정책 연구 비용인 것처럼 꾸미고, 송 전 대표 선거 전략 컨설팅에 1억 원 상당을 대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캠프 불법자금 조성과 관련한 전말을 규명하는 게 최종 수사 목표"라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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