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해빙을 위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는 와중에 미국의 중국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쿠바에서 중국이 감청시설을 운영했던 상황이 확인되면서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라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던 중국의 쿠바 감청시설 운영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정보 수집 확장을 위해 쿠바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많은 장소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이를 인지하고 대응하려는 일부 시도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진전을 못 이뤘다고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처음 확인했던 내용이고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 브리핑까지 받았지만 진전된 대응책은 없었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바 감청시설 문제가 그의 중국 방문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이 정보 수집 능력을 얻으려고 시도하는 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소통 라인 유지'가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라고 확인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 대화 재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12일 안보상 우려와 인권침해 관련성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 31곳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항공산업 등 다수의 항공 관련 업체는 서방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비를 사용해 중국군에 훈련을 제공한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3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출석에 앞서 내놓은 서면 발언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차관 공여에 대항하기 위한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개도국 채권 관련)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중국의 채무 함정 공세를 견제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기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