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유증으로 전신마비" 보험사 속여 15억 챙기려 한 일가족 덜미

입력
2023.06.12 14:00
보험사 직원 앞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거짓 연기
CCTV 영상으로 멀쩡한 모습 파악되자 혐의 인정

수술 후유증으로 전신이 마비됐다고 속여 보험사 2곳으로부터 억대 보험금을 챙기고, 3개 보험사에 10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추가로 청구한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A씨와 A씨의 아버지인 B씨, 누나인 C씨 등 일가족 3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B씨와 C씨는 A씨와 짜고 전신마비라고 속여 2021년 10월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보험사 2곳에서 1억8,000만 원을 챙기고, 다른 3개 보험사에서 12억9,000만 원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6년 3월 해당 대학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해 오른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병원으로부터 3억 원대 합의금을 받았다. 이후 전신마비 진단이 있으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병원에서 거짓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가족인 B씨 및 C씨와 입을 맞춰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의료기관을 속였다. 이들이 청구한 보험금 심사를 위해 주거지를 찾은 보험사 직원 앞에서도 "움직일 수 없어 24시간 간호가 필요하다"며 아픈 척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기극은 4억여 원의 보험금을 청구받은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7개월 동안 이들의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 TV 영상과 스마트폰 통신내용 등을 분석해 이들의 보험사기 행각을 밝혀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처음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멀쩡히 움직이는 A씨의 영상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A씨가 병원 앞에서 누나가 밀고 가는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택시를 타려고 일어나거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보험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악성 사기 범죄"라며 "이달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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