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의 크리스 릭트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됐다. 급격한 논조 변화로 인한 시청률 하락, 여기에 최근 그가 야심 차게 진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후보 타운홀 행사' 생방송에 대한 비판이 겹치면서 자리에서 쫓겨난 것으로 분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CNN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릭트 CEO의 교체 사실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며 "우리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새 리더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릭트는 지난해 4월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된 뒤 신임 CNN CEO로 임명된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릭트 CEO가 시청자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CNN 논조를 급격히 변화시킨 게 퇴진의 결정적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편향 보도를 줄여 시청자 풀을 확대하겠다"며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를 대폭 줄였다. 그러나 이후 진보 성향의 시청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CNN의 시청률은 2020년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 CNN이 독점 생중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는 흔들리던 릭트 CEO의 위상을 더 추락시켰다는 평가다. 그는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강행했으나, 이후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력 의혹 등에 대한 일방적 발언 기회만 제공했다", "시청률을 위해 거짓말을 생중계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릭트 CEO는 이에 대해 "답변을 듣고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언론)의 일"이라고 항변했다. 또 "타운홀 생방송 시청자는 310만 명으로, 평소(약 71만 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타운홀 방송 이틀 만에 시청자가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결국 그는 "(신뢰를 얻기 위해) 지옥처럼 싸우겠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