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어린이'만큼 환영받으면서 동시에 홀대받는 모순적인 존재가 있을까. 합계출산율 0.7명대를 기록한 초유의 저출생 국가 대한민국은,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한 정책을 쏟아낸다. 동시에 신이 나서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에 나섰지만 '노 키즈 존(No Kids Zone)' 표시가 붙은 상점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어린이의 마음'에 주목한 신간 두 권 '어린이의 문장(흐름출판)'과 '어린이의 말(열림원)'은 그래서 의미 있다. 그저 어린이를 훈계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봐 온 어른들에게 묵직한 깨달음을 안긴다.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친구들도 놀이터에서 불편하지 않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일기와 보도블록에 나온 달팽이가 말라 죽을까 봐 조심스럽게 들어 화단으로 옮겨주는 아이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어른이 한둘만은 아닐 것이다.
23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정혜영 작가는 오히려 "어린이들의 말과 글은 오늘의 나를 일깨우는 스승이다"라고 말한다. '어린이의 문장'은 9세 아이들이 공책에 삐뚤빼뚤 써서 제출한 글 중 일부를 발췌해 저자의 단상을 덧댄 따스한 에세이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공모전에서 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작품. 일요일 밤만 되면 불안해하는 아빠를 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월요일을 없애고 싶다'는 아이의 엉뚱하고도 천진한 표현이 오히려 간결한 위로로 다가온다.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10쪽)"
방송작가인 저자가 쓴 책 '어린이의 말'에는 온갖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어린이, 사랑받는 문학작품과 TV, 영화에 등장하는 어린이 등. 저자는 어른인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행복들을 연금술사처럼 건져내는 자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작고 사소한 순간을 빛나게 만드는 어린이의 재능을 발견한다. 책은 그들의 맑고 따뜻한 마음을 부러워하며 흠모하는 어른의 '어린이 관찰기'다.
"본래가 아이들은 시인이었다. 어른이 되면서 그 시인을 잃어가는데 지은이는 그 어린이 시인들의 말을 정성스럽게 촘촘히 듣고 기록하고 좋은 글로 남겼다." 이 책을 통해 잠시 예쁜 세상을 꿈꾸고 예쁜 사람, 예쁜 마음이 되기를 꿈꾼다는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가 각별히 따스하고 아름답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