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묵은 日 초계기 갈등 묻었다… 국방장관 "재발 방지에 중점"

입력
2023.06.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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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국방 분야 최대 현안인 '초계기 레이더' 사건과 관련 "재발 방지를 위한 실무협의"에 합의했다. 2018년 이후 4년 넘게 묵히면서 진실공방과 자존심 대결로 번진 사안이지만 더 이상 책임을 물으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미래지향적인 안보협력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로 한일·한미일 안보공조가 중요해진 데다 한일 정상이 '셔틀외교'를 복원하며 앞장서 손을 잡은 만큼 이에 맞춰 협력 수위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장관과 만났다. 한일 국방수장의 대면회담은 2019년 11월 당시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방위장관 만남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양국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한일·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앞선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물론 양국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한일 국방당국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일 국방당국은 협력의 걸림돌이던 초계기 레이더 문제에 대해 원인 규명이 아닌 재발 방지로 방향을 틀었다. 2018년 12월 독도 동북방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대잠초계기가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저공 위협비행을 했는데, 일본 측은 우리 함정이 레이더를 초계기에 조준했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자연히 한일 군사협력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실무협의부터 시작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2018년 이후에 한일관계가 경색되었는네 특히 국방분야에서는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되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진전이 없으면 전반적인 국방협력 진전이 제한된다는 점에 한일 양측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라는데 서로가 일치를 봤고 그래서 앞으로의 실무협의에서는 이에 대한 노력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일이 4년 넘게 시간을 끌고도 초계기 '갈등 해결'이 아닌 '갈등 봉합'으로 미지근하게 결론을 내린 건 북한의 도발위협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양국 장관이 나흘 전 북한의 위성 명목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안보리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양국은 또 “한일 국방당국 간 신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협력 증진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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