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김문기에 전화했다 들어" "안다는 인식 검찰이 증명해야"

입력
2023.06.02 21:00
이재명 허위사실 재판 정민용·황무성 증인 출석
정민용 "김문기, 시장이 직접 전화했다고 자랑"
황무성 "해외 출장, 측근들 위로여행이라 생각"
李, 황무성 직접 신문하며 유한기 문자 공개도

고(故)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전화했다고 들었다거나, 이 대표가 김씨와 동행한 출장을 측근 여행으로 생각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 머릿속에 '안다'는 인식이 지속됐는지를 검찰이 증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2일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와 황무성 전 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공사 개발1처장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김씨를 두고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2017년 3월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관련 1공단 공원조성사업 추진 기자회견을 한 후 김씨에게 전화했다고 들었다는 증언을 내놨다. 그는 "김문기 전 처장이 시장님에게 전화로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며 "시장이 직접 전화해 (공익환수액 관련) 항목을 하나하나 다 체크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황 전 사장도 이날 증인으로 섰다. 그는 이 대표가 2015년 1월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및 김씨와 함께했던 호주·뉴질랜드 출장과 관련해 "트램 출장 이야기가 나왔을 때, 출장 자체가 필요하단 생각을 못 했고, 볼 게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 대표 재선 후 측근들 위로 차원에서 여행 가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처음 출장이 결정된 사람에서) 중간에 김문기로 바뀌었는데 '기술자가 따라가야 하는데 김문기가 왜 가지' 하는 의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램이란 게 노면전차 아니냐, 구태여 호주·뉴질랜드까지 그 많은 인원이 가서 볼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말이 출장이지 측근들과 어울려 노고를 풀고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황 전 사장에게 직접 질문하며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이 황 전 사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사장님이 왜 퇴직 문제를 대장동에 엮고 언론 플레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였다. 황 전 사장이 2021년 11월 사퇴 종용 논란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을 못 받았다고 하자 이 대표가 제시한 것이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 했고, 검찰도 "저희도 모른다. 확보 경위를 알려달라"고 했다. 재판장 역시 궁금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한기씨가 생전 지인에게 보낸 내용"이라 했다. 다만, 사전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자료라 이 대표가 모두 공개하진 못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이날 '안다'는 인식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몰랐다"는 발언은 김씨를 공적으론 알아도 개인적으론 몰랐단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허위라고 입증하려면 피고인 머릿속에 그 당시 '안다'는 인식이 있었단 걸 증명해야 한다"며 "(김씨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형성된 후 2021년 12월까지 존속됐다고 증명돼야 하는데 입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아울러 "(이 대표와 김씨가) 다 공적 자리에서 만난 것인데, 공적 자리에서 대화를 몇 번 나눈다고 깊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받았던 질문은 '(김씨를) 개인적으로 아느냐'는 것"이라며 "(공적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안다고 얘기할 정도로 갖게 되는 정보가 늘어난다고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검찰이 재판에 일부 증거를 누락했다며 형사소송법 위반을 지적했다. 호주 출장 사진 중 일부만 재판부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파일 용량이 너무 커 외장하드로 받아 일부만 제출했다"며 "본건과 무관한 사진을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필요하면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수사 절차상 확보한 것은 기록에 편철해야 하는데 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라며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면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유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