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노인 돌봄은 국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돌봄 서비스에 대한 민간 영역을 확대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1일 한국일보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민주노총 산하 돌봄서비스노조와 함께 장기요양서비스(노인 돌봄)에 대한 인식 조사(일반 국민 1,000명·요양보호사 1,216명, 조사기관 우리리서치)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 86.2%는 "노인 돌봄 서비스의 주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라고 답했다. '민간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은 10.8%에 불과했다. '모름'은 3%였다.
돌봄이 공공 영역이라는 응답은 전 연령대에서 모두 80%를 넘었다. 40대가 89.6%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30대도 80.6%였다. 요양시설의 주요 입소자인 70세 이상은 30, 40대의 중간인 84.9%로 나타났다.
과거에 요양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국가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봤다. 서비스 이용 경험자라고 응답한 사람 중 88.3%가 돌봄을 공적 영역으로 여겼는데, 현재 요양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답한 이들의 응답률(81.2%)보다 더 높았다.
요양보호사들은 절반 이상이 국가의 돌봄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돌봄 현장에서 볼 때 국가가 역량을 갖고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58.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11.7%에 불과했다. 돌봄 서비스 및 보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표준인건비 기준 마련'(42.3%)과 '국공립 요양기관 확충'(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휴가권 보장'(14.7%)보다 국공립 기관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정부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노인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하동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오영숙(60)씨는 "국가가 많은 예산을 쓰는데 어르신도, 우리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면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구의 한 구립요양원에서 일하는 김명임(66)씨도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강화되면 민간과 경쟁하게 돼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보호사들도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게 될 텐데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티브릿지·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메타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2016년에 출범했다.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는 '의뢰자 없는' 조사를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