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뉴스를 뺄 수밖에 없습니다."
메타가 31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로 이런 강경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도대체 어떤 법 때문에 메타가 강하게 나온 것일까. 메타가 문제 삼는 것은 이르면 이번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저널리즘 보존법안(The California Journalism Preservation Act)이다.
3월 발의된 이 법안의 핵심은 페이스북이나 구글같은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버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거둔 세금의 70%는 기자 육성 등 지역 언론 지원에 쓰인다. 주정부가 사실상 '뉴스 사용료'를 징수해 지역언론사에 돌려주는 구조다.
'뉴스 콘텐츠 유료화' 논란에서 유료화를 주장하는 쪽은 정부와 언론계이고, 플랫폼 기업들을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중이다. 2021년 호주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선 플랫폼 업체에서 뉴스 콘텐츠 유통에 대가를 거두려는 법안이 논의 또는 발의되고 있는데, 이제 그 흐름이 빅테크(주요 기술기업) 본진인 캘리포니아까지 미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기술 산업을 주도하는 곳이라, 여기서 나오는 결과가 미국 내 다른 주와 다른 나라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저널리즘 보존법에 대한 메타의 강력 반발은 예견된 일. 호주, 캐나다 등에서 비슷한 법안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서비스를 철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에 뉴스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 했을 때도 메타와 구글은 서비스를 접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가 실제 일주일 정도 중단되기도 했는데, 결국엔 이용료 지급에 합의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결국 메타와 구글은 호주 언론사에 연간 약 1억3,000만 달러(약 1,710억 원)가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플랫폼의 뉴스 유통 대가 지급 의무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건 '재주는 언론사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이 버는'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사람들이 신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게 되자, 언론사들은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20년 사이 미국에선 언론사 일자리 약 4만 개가 사라졌다고 한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뉴스를 보러 들어온 이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이 뉴스 생산·소비의 주체도 아닌데 돈을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언론의 쇠락은 뉴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일 뿐 플랫폼 탓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만약 캘리포니아 의회가 저널리즘 보존법안을 통과시키고 메타가 공언한대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 미국에서 유료화 논쟁으로 뉴스 서비스가 멈추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테크업계에선 메타와 구글이 호주에서 결국 백기를 든 전례가 있는만큼,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호주 정부는 법 시행으로 언론사 매출과 일자리가 느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결론 냈는데, 이 역시 메타와 구글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