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동안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잃은 여성이 크게 늘며 만 25~54세 여성 10명 중 4명이 경력 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 수업 등으로 집에 있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뾰족한 방안이 없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여성이 많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국의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가구 방문, 개인 면접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2.6%는 결혼, 임신·출산, 육아·교육, 가족 돌봄으로 직장을 잃거나 그만둬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조사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35%였는데, 3년 새 7.6%포인트 증가했다.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평균 연령은 28.4세에서 29세로 조금 높아졌고, 경력 단절 기간은 7.8년에서 8.9년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시기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요인은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였다. '코로나19 발생이 일을 그만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여성을 대상으로 퇴직한 직접적인 요인을 묻자 49.8%가 '긴급한 자녀 돌봄 상황에서 대응 방안의 부재'를 골랐다. '임금 및 소득 감소', '직장 환경의 코로나19 취약성'을 꼽은 이들은 각각 19.5%였다. 이 시기 일을 그만둔 여성의 평균 연령은 33.9세로, 서비스 업종에 종사했던 이들이 다수(53.9%)였다.
이런 코로나19 경력 단절 여성은 탄력근무제, 재택근무제, 시간선택제 같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들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경력 유지 여성은 23%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구한 일자리는 더 열악해졌다. 경력 단절 여성이 다시 구한 첫 일자리의 임금은 이전 직장의 84.5%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력 단절 당시에는 88.2%의 여성이 상용근로자였는데, 경력 단절 이후 첫 일자리는 51.5%만 상용근로자였다. 전일제 근로자의 비중도 96.7%에서 79.8%로 줄었다.
경력 유지 여성들은 경력 단절 위기 극복 요인으로 회사나 정부의 지원보다 '가족구성원의 양육지원'을 많이 꼽았다. 2019년 조사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양육지원' 응답률이 25.8%였는데 지난해에는 43.2%로 상승했다.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정책은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할 '양질의 일자리'와 경력 단절을 예방할 '양질의 돌봄시설' 마련이었다. 조사 시점 당시 취업 상태가 아닌 여성들은 취·창업을 위해 희망하는 정부 정책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38.1%)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같은 시점에 취업 상태인 여성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35.6%)을 경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