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보다 약한 외국인 원투펀치...KIA·KT 동병상련

입력
2023.05.30 15:37
23면

확실한 1, 2선발로 믿었던 외국인 '원투 펀치'의 동반 부진에 KIA와 KT가 울상이다. 국내 선발 투수진보다 안정감이 떨어져 순위 반등이 쉽지 않다.

KIA와 KT는 30일 광주 맞대결을 앞두고 각각 숀 앤더슨과 보 슐서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KIA 관계자는 "앤더슨이 위축된 모습을 보여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슐서 역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앤더슨은 한 달 새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4월 6경기에서 5차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하면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2.58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달 네 번의 등판에서 한 번도 6이닝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3패 평균자책점 7.71로 무너졌다.

지난달 6개뿐이었던 4사구가 이달에 17개로 급증할 만큼 제구가 흔들렸고,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단조로운 투구 때문에 피안타율도 4월 0.225에서 5월 0.329로 치솟았다.

앤더슨보다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도니스 메디나도 8경기에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5.82로 고전 중이다. 들쭉날쭉한 투구로 인해 긴 이닝을 기대하기 힘들다.

성적만 놓고 볼 때도 이들은 5명 선발진 가운데 가장 저조하다. 29일 현재 베테랑 양현종이 3승 1패 평균자책점 2.29로 가장 안정감이 있고, 신인 윤영철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3.15, 이의리는 3승 3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 중이다.

KT도 사정이 비슷하다. 외국인 웨스 벤자민과 슐서의 평균자책점이 각각 4.96, 5.62로 토종 선발 엄상백(2.92) 고영표(3.33) 배제성(4.93)보다 높다. 그나마 벤자민은 승운이 따라 팀 내 최다인 6승(3패)을 수확했지만 슐서는 7패(1승)를 당해 리그 최다 패 불명예를 안았다.

슐서는 9차례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를 3번만 했을 정도로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첫 두 경기에서 7이닝 1실점, 6이닝 무실점으로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이후 7경기에서는 6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난조를 보였다.

두산도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아픈 손가락이다. 스프링캠프 당시 타구에 머리를 맞아 한 달 넘게 재활 과정을 거친 딜런은 이달 초에 합류했지만 두산의 기다림에 응답하지 못했다. 지난 4일 한화전에 첫 등판해 4이닝 5실점, 11일 롯데전에서도 5이닝 4실점(3자책)으로 기대를 밑돌았고 다시 팔꿈치 통증 탓에 1군에서 빠졌다.

김지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