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실제 이상형은 차정숙…로코 해보고파" [HI★인터뷰]

입력
2023.06.06 16:55
김병철, JTBC '닥터 차정숙' 종영 인터뷰
극중 빌런 역할 소화 부담감은? 
"엄정화와 호흡? 너무 좋았죠"

배우 김병철이 연기력 하나로 작품을 이끌었다. 외도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어쩐지 밉지 않은 인물을 소화한 김병철을 향해 호평이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김병철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JTBC '닥터 차정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극중 김병철은 차정숙(엄정화)의 남편 서인호를 맡았다. 자기애가 무척 강하고 1년 365일 품위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완벽주의자지만 최승희(명세빈)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 가정에 풍파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작품에 임한 배우로서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는 김병철은 아직도 '닥터 차정숙'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쏟아지는 호평과 치솟는 시청률은 드라마에 참여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단다. 김병철 역시 지금의 성과를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제가 '하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듣고 기분이 좋을 줄 몰랐다"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김병철에게는 서인호의 부정적인 면을 중화하기 위한 고민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륜 뿐만 아니라 두집 살림 등 서인호는 이 이야기 안에서 명백한 빌런이기 때문이다. 김병철은 "촬영 전 욕을 먹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을 정도로 예상이 됐다. 그런데 함께 촬영하는 스태프들이 귀엽다고 했다. 당시에는 뭐가 귀엽냐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스태프들의 말을 신뢰해야겠다. 연기자로서는 재밌는 지점이 있다. 어린 아이가 떼쓰는 느낌을 혐오스럽게 볼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봤을 때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고 폭소를 터트렸다.

이번 작품은 김병철의 전작인 'SKY캐슬'의 차민혁을 떠오르게 했다. 차민혁과 서인호 모두 가부장적인 남편이기 때문이다. 김병철 역시 이 점을 깊게 의식했다. "두 사람 다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이죠. 'SKY캐슬' 속 차민혁이 대놓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라면 서인호는 가스라이팅을 해요. (시청자들이 보면서) 연상을 하리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전작과 다르게 이번에는 인기남이고 또 재밌는 장면이 많아 연기자로서 시도해 볼 만 했습니다."

김병철은 작품이 시작한 후 서인호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마음이 상했다.(웃음) 제가 생각했을 땐 외도를 저지르지만 그때그때 정숙과 승희를 대할 때마다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이에 김병철은 "서인호는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 실수도 한다. 이기적인 면도 있는데 저도 그런 편이다. 저를 먼저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인호는 불륜으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지만 극 말미 최연소 병원장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한다. 이러한 결말을 두고 김병철은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바라봤다.

그런가 하면 결혼,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닥터 차정숙'. 현재 미혼인 김병철은 "부부 생활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다. 어려움도 많겠다. 저는 경험해 보고 싶다. 실제 이상형은 차정숙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다. 제 성격이 밝은 편이 아니라서 옆에서 기운을 북돋아 주면 좋겠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인정도 받는 분이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정화와의 호흡은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병철은 "아주 좋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 관계를 연기하기 위해 김병철과 엄정화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단다. "함께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나'라고 부르면서 편하게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평소 정숙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을 정도로 긍정적인 면이 있어요. 엄정화 선배님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 능력이 대단히 좋아요. 이번에도 너무나 정숙으로 비쳐졌고 제게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김병철은 연이은 흥행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김병철은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고 고백했다. 나름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느꼈다는 김병철은 "다음에 대한 부담감이 새롭게 생긴다. 캐릭터적으로 다음에는 비중이 적어질 수도 있다. 제가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작품 안에서 할 수 있는, 연기자로서의 재미가 있다는 지향점이 있다"고 연기관을 드러냈다.

다음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대해선 "로맨스 장르도 좋다. 수요가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 중년의 로맨스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 저는 너무 잘생기지 않았고 평범하다.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의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남편, 부모인데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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