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연인 관계였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남성 김모(32)씨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는 법원에 출석하기 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영장심사가 열리는 서울남부지법으로 가기 위해 검은색 모자와 형광색 점퍼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서울 금천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전 긴급 체포될 당시 혈흔이 묻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옷을 갈아입었다. 김씨는 ‘왜 살해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정말 죄송하다”며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러고 싶진 않았다”고 했고, ‘새벽 3시 피시방에서 피해자와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냐‘는 물음엔 “그냥 누가 먼저 잘못했고 그런 얘기를 했다”고만 말했다. ‘(차 안에서)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고 경찰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남부지법에 도착해서도 아무 말 없이 들어갔다.
김씨는 앞서 26일 오전 7시 17분쯤 금천구 시흥동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피해자 A(47)씨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 조치된 지 1시간 만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직후 김씨는 ‘데이트폭력 신고 때문에 보복한 것인지’ 묻자 “맞다”고 인정했다. 경찰 진술 때도 보복 범죄를 시인하며 “‘자신을 신고한 것이 기분 나빴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금천서는 27일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