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Ford)는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보다 ‘미국의 감성’이 강조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포드’는 미국 시장만큼 유럽 시장에서도 다채로운 포트폴리오, 그리고 긴 역사를 과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라 할 수 있다.
포드의 이러한 행보에 포커스(Focus), 피에스타(Fiesta) 등과 같은 차량들도 떠오르지만 1960~1980년대의 ‘카프리(Capri)’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코티나(Cotina)를 기반으로 구성된 패키지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기도 했다.
3세대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판매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포드의 성장’을 이끈 존재, ‘포드 카프리’는 과연 과연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1968-1973 / 코티나에서 시작된 포드의 새로운 존재, 초대 카프리
1968년, 영국 헤일우드(Halewood)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카프리는 곧바로 유럽에서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은 미국의 머스탱(Mustang)이 있다면, 유럽에서는 카프리가 있다고 말할 정도의 사랑이었다.
2세대 코티나의 기술 요소를 대부분 적용한 2도어 패스트백 쿠페는 ‘머스탱’과 같은 호방함은 없었지만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탄탄한 패키징, 그리고 합리적인 구성 등을 과시하며 출시와 함께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실제 카프리는 4,280mm의 짧은 전장을 갖췄고, 휠베이스 역시 2,560mm로 당시의 기준으로 ‘중형차’에 불과한 체격을 갖췄다. 여기에 실내 공간의 구성도 깔끔함에 집중했고, 파워트레인 구성 역시 ‘머스탱’ 대비 무척 소박한 모습이었다.
실제 카프리는 유럽 내 여러 시장은 물론 호주, 남아프리카 등에서도 생산되며 다채로운 엔진을 탑재했다. 실제 가장 작은 엔진은 4기통 1.3L 켄트 엔진이었고, 주력 엔진은 V6 타입의 퀼른, 에익스 엔진 등이었다.
참고로 V6 2.6L 퀼른 엔진은 FIA ETCC(European Touring Car Championship) 그룹 2에 투입된 RS2600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유럽의 머스탱’을 꿈꿨던 만큼 V8 5.0L 레이아웃의 윈저 엔진 사양도 마련되어 선택지를 넓혔다.
카프리는 데뷔 2년 만에 40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이후 1973년에는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하며 ‘유럽에서 가장 사랑 받는 차량’ 중 하나가 됐다. 이외에도 각종 모터스포츠 무대에 투입되었으며 지속적인 개선 등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참고로 카프리라는 이름은 ‘제 1의 선택’은 아니었다. 당초 포드는 ‘콜트(Colt)’라는 이름을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에서 이미 같은 이름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어 결국 ‘콘술(Consul)’의 스포츠 버전에 사용했던 ‘카프리’를 택하게 됐다.
1974-1978 / 오일 쇼크에 대응하는 2세대 카프리
1973년 오일 쇼크로 인해 ‘자동차 개발의 기조’가 대대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의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은 물론,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다 작고 합리적인 차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머스탱 대비 작은 체격’을 갖고 있던 카프리의 체격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전반적인 패키징의 변화가 더해졌다. 실제 파워 유닛 구성이 모두 작아지며 보닛이 짧아졌고, 실내 공간 및 적재 공간의 여유를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며 2세대 카프리는 ‘패스트백 쿠페’에서 해치백 스타일의 쿠페로 개편되게 되었다. 대신 사각형의 헤드라이트 및 깔끔한 차체 구성은 그대로 유지해 ‘카프리의 DNA’를 이어갈 수 있었다.
파워 유닛의 구성은 무척 소박했다. 1.3L 켄트 엔진부터 1.6L 핀토, 2.0L 퀼른 엔진 등이 탑재되어 ‘효율성 요구’에 능숙히 대응했다. 여기에 가장 큰 엔진의 경우에도 V6 3.0L 에엑스 엔진으로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편 포드는 2세대 카프리가 한창 생산되었던 ‘1976년’ 영국의 헤일우드 공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하고 독일 퀼른의 공장에서 모든 생산을 담당하도록 조율했다.
1978-1986 / 개량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한 3세대 카프리
1978년 데뷔한 3세대 카프리는 ‘실질적인 세대 교체’의 결과라 하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당대의 평가로도, 그리고 지금의 기준으로도 2세대 카프리의 여러 부분을 개량해 ‘시대에 대응’한 사양으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전반적인 구성은 기존 2세대와 유사하다.
실제 3세대 카프리는 기본적인 차량의 형태, 구성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수치 역시 유사한 모습이었다. 대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욱 깔끔한 프론트 엔드를 갖추게 됐고, 헤드라이트 역시 한층 작게 그려져 깔끔한 모습을 과시했다.
더불어 유럽 시장의 기조에 맞춰 보다 쾌적한 드라이빙을 구현할 수 있는 ‘기아(Ghia)’ 모델이 투입되며 더욱 다채로운 소비자에 대응했다. 물론 그와 함께 V6 엔진을 탑재한 ‘S’ 사양은 유럽 포드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의 자존심을 지켰다.
변속기의 개량 등이 이어졌으나 파워 유닛 구성은 유사했다. 1.3L 켄트 엔진 대신 크로스플로 엔진이 적용되었으나 전반적인 엔진 구성은 동일했고, 최상단에 V6 3.0 구조의 에섹스 엔진은 그 위치를 꾸준히 지키며 ‘카프리’를 대표했다.
유럽 시장에서 컴팩트 해치백, 스포츠 세단의 비중이 점점 커지며 카프리와 같은 쿠페형 모델들의 입지가 줄어들며 ‘카프리’의 인기 역시 줄어들었다. 결국 포드는 피에스타, 에스코트 등을 강조하며 ‘카프리’를 단종하며 그 역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