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코카인 등 5종류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ㆍ본명 엄홍식)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이민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씨 지인 최모(32)씨 역시 같은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유씨가 다수 혐의를 인정하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는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고, 대마 흡연은 반성하고 있다”며 “코카인 사용은 일정 부분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법원의 영장 기각 후 마포경찰서를 나오면서 "법원이 내려주신 판단을 존중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소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씨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경찰은 단순 마약 투약사범은 불구속 수사해 온 관행을 깨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유씨는 영장심사 전 “공범 도피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고 증거인멸을 부인했다. 1시간 30분에 걸친 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증거 인멸, 공범 도피 시도 등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 드렸다”며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유씨에 대한 프로포폴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올 2월 유씨의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4종의 마약류(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가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의료용 마약류인 졸피뎀 남용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경찰의 혐의 입증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대마 투약만 인정했을 뿐 형량이 가장 센 코카인 투약 혐의는 줄곧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과 케타민, 졸피뎀 투약 혐의도 의료 목적이란 주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