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황산면 ○○리 ○○○번지에 업체 주소를 두고 있는 주식회사 ○○○○는 실소유자가 누구입니까?"
지난해 12월 14일 전남 해남군의회 본회의장. 이날 열린 제325회 해남군의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위해 발언대에 선 박종부 해남군의원은 집행부를 향해 이렇게 질문했다. 해남군이 관내에 주소를 두지 않은 건설업체 대표들에게 수의계약을 통해 각종 관급 공사를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 무렵 지역에선 "A해남군의원이 이 회사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았다. 심지어 호사가들은 "해남판 BBK 사건이 터졌다"는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이 얘기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의원이 언급한 건설업체들의 수의계약 공사 수주를 둘러싼 의혹들을 경찰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다. 실제 해남경찰서는 B사와 C사의 수의계약 관련 자료를 해남군으로부터 건네받아 공사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 수사는 일단 수의계약 체결 과정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가능성 의혹을 캐는 데 맞춰져 있다.
그도 그럴 게 B·C사의 수의계약 특혜 의혹에 A의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두 회사는 해남군 황산면의 2층짜리 건물 중 1층을 사무실로 빌려 함께 쓰고 있는데, 이 사무실은 A의원이 2017~2021년 의원 사무실로 쓰던 곳이었다. 현재 두 회사가 사용하는 사무실은 33㎡(10평) 남짓한 크기로 간판도 없다.
그런데 B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해남군과 농로 정비 등 28건의 관급 공사(공사비 1억6,290만 원)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C사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해남군과 도로정비 공사 등 27건, 4억2,600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박 의원은 "해남군에 460개가 넘는 지역 건설업체가 등록돼 있지만 수의계약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대표자가 해남과 아무 연고가 없는 광주 사람인데도 지역 업체들보다 수배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받아간 건 수상쩍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A의원은 명현관 해남군수와 함께 중국 출장을 갔다가 24일 귀국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명 군수는 중국 이우시와 우호 협력 양해각서 체결, 해남산 쌀 수출 등 농산물 홍보 등을 위해 21~24일 3박 4일 일정으로 이우시를 방문했는데, 여기에 A의원이 또 다른 군의원 1명과 함께 동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A의원이 쌀 수출, 한중 우호 협력과 뚜렷한 관계도 없는데, 명 군수와 동행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해남군은 "이번 중국 해외 출장 일정은 4월쯤부터 결정된 것으로 수의계약 몰아주기 논란과는 무관하다"며 "A의원은 해남군의회 의장을 대신해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의계약을 통한 공사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해남군이 돌연 해남 지역에 법인 본사와 대표자의 주소를 둔 업체에 대해서만 2,000만 원 이하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석연찮다. 해남군 관계자는 "그간 수의계약 체결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터라 문제가 없다"며 "다만 지역 업체 살리기 차원에서 수의계약 대상 업체에 대해선 지역연고를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