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보험금 노린 40대, 필리핀서 고교 후배 살해 3년 만에 들통

입력
2023.05.22 16:00
만기 출소 앞두고 살해 혐의 드러나
보험설계사와 짜고 수익자 이름 바꿔

7억 원의 보험금을 노려 고교 후배를 필리핀서 살해한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미수로 징역을 살다가 만기 출소를 앞두고 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구속됐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2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자영업자 A씨와 보험설계사 B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 17일 필리핀 보라카이의 한 숙소에서 고교 후배 C씨에게 수면제 성분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출국 7개월 전 친분이 있던 40대 보험설계사 B씨와 짜고 C씨 사망 보험금 7억 원의 수익자를 A씨로 하는 보험계약 청약서를 위조했다. C씨를 살해한 A씨는 2020년 4월 말 보험회사에 C씨의 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취소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1월 C씨가 자연사했다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6억9,000만 원 지급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범행은 필리핀에서 C씨 화장에 동의했던 유족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담은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보험금 수익자가 C씨 가족이 아닌 A씨라는 사실과 C씨 사망 전후 A씨 행적, 사건 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 발견된 정황 등을 바탕으로 A씨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C씨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거듭된 요청을 받자 채무 관계에서 벗어나고, C씨 사망 보험금까지 챙기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는 2019년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C씨로부터 6,000만 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다. A씨는 사기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이달 4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범죄가 드러나 다시 구속됐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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