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처리 과정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정부 시찰단이 21일 출국해 현지에서 본격 활동에 돌입한다. 야당은 시찰단이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서 검증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국민이 바라는 것은 확인이 아니라 검증"이라며 비판했다.
시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며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인지, 추가 확인할 게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하면 국민도 많이 신뢰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비롯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일본 정부 측의 반대로 민간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 단장은 "(시찰단은) 방사선 분야, 원전 각 설비 부문별로 10~20년 이상 현장에서 안전 규제를 해오신 분들"이라며 "분야별 최고 전문가이자 실무진으로, 그 어디에도 경도되지 않고 과학적인 근거와 기준을 갖고 안전성을 계속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염수 시료 채취와 민간 전문가 참여가 배제된 시찰단 활동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야당 등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시찰단은 22일 도쿄전력 등 관계기관과 회의를 통해 세부 시찰항목을 확정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이어 23, 24일 이틀간 예정된 후쿠시마 제1 원전 현장 시찰에서 오염수가 저장된 'K4 탱크'와 방사성물질 정화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25일엔 현장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관계기관과 기술회의를 진행한다. 유 단장은 "오염수 발생부터 방류 지점까지 전반적으로 볼 계획"이라며 "ALPS를 중심으로 핵종 제거가 제대로 될 수 있는지, 방류 관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시찰단 파견이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연일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집회에서 "오염수를 식수로 먹어도 괜찮다는 사람을 불러 '헛소리 잔치'를 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을 지키는 책임을 내다 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오염수를 처리한 물을 1리터,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직격한 것이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이날 "오염수 시료 채취도 할 수 없고 민간 전문가도 배제된 '견학' 수준의 시찰단이 과연 무엇을 검증할 수 있을지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며 "시찰단의 '빈손 귀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확인'이 아니라 '검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이성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오직 대한민국 야당만이 근거 없는 공포감 조성으로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