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위원장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회의실에서 2023년 4월 정기회의를 열어 한 달 동안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 플랫폼에 실린 기사를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 위원장을 비롯해 손경호(케이스탯리서치 팀장) 이현우(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원석(미디어리터러시 교육활동가) 위원이 참석했고, 김여진(SBS M&C 차장), 한준희(고루레터 홍보팀 부장) 위원이 사전 보고서 제출로 출석을 갈음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송용창 뉴스2부문장이 함께했다.
양승찬
4월 둘째 주 가장 크게 부각된 사안은 미국의 도감청과 관련한 것이었다. 주요 신문사가 사안을 1면에서 다뤘는데 보도 양태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일보는 첫날 문건 내용을 요약 전달하고 2회에 걸쳐 대통령실의 입장을 주로 전달했다. 나흘째 되는 14일 1면 톱기사로 다루면서 차이를 보였는데, 전문가들이 문건을 검토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사안을 점검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일부 언론이 사안을 미리 평가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전개하고, 또 일부는 사안을 크게 다루지 않으려는 듯한 1면 구성을 보인 데 반해 한국일보는 사실 점검을 위한 접근을 모색한 차이가 있었다. 다만 대통령실의 입장이 1면에서 조금 더 강조된 인상을 받았다.
지난 3월 21~23일까지 3일 동안 1면에 소개한 ‘1,000만 고령 고객, 매뉴얼이 없다’는 3부로 구성된 탄탄한 기획 기사였다. 고령화 사회의 현안을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해 진단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고령자들의 소비에 집중해 동행 취재를 하고 100명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일본의 사례와 비교한 구성은 기획의 취지에 맞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적절했다. 이번 기획은 이슈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준 것 같다.
손경호
청소년이나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하는 기사가 많았으나 일부 기사는 마약을 어떤 경로를 통해 구매했는지, 물건을 실제로 어떻게 전달받는지까지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마약 구매의 가이드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3월 22일 자 한국일보 기사는 다이어트 의약품이 마약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보도하고 있다. 해당 약품의 사진과 이름을 모두 노출하고 있으며, 불법 거래가 어디서 이뤄지는지, 그리고 가격 정보까지 보도했다. 마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사람도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 판매되는 채널, 가격대까지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8월에도 마약 구매부터 결제 후 물건을 받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보도한 기사가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약 관련 기사 중 유통책 연령대가 10대 청소년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기사들도 많았는데 마약 유통책 역할이나 수입 등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은 10대 청소년들도 마약을 유통하거나 운반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언론의 무신경과 부주의가 오히려 마약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때다.
3월 11일 자 '실패연대기' 기사는 마약 중독자의 경험을 통해 한번 마약에 손을 댄 후 얼마나 오랜 기간 중독자로 지냈는지, 인생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다양한 실패연대기를 통해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현우
한일 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 정보원 및 인용문을 살펴봤다. 한국일보는 정부, 대통령을 인용하는 동시에 중립적, 심층적 의견을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연구원 등 학계 정보원을 인용했다. 키워드로는 양국·협력이 가장 많았고, 역사ㆍ 미래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세부 토픽으로는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여론,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양국 미래를 위한 협력 필요,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문제를 다뤘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상반된 시각을 잘 전달하고 있었고 학계의 심층적 시각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자들의 의견을 조금 더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원석
마약음료, 가상화폐, 보이스피싱, 정보 유출, 산불 등 무겁고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진 3, 4월이었다. 특히 마약문제는 더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취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대치동 ADHD음료 사건이 ‘마약과 결합한 최초의 보이스피싱 사건’이라는 수사기관 평가와 별개로, 손쉽게 유통과 매매가 가능한 구조에 관한 심층취재로 사회적 경각심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강남권 성형외과 등에서 유통되는 신종 마약류 실태에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치동 영양제’나 ‘수험생 약’ 등 획기적인 효과를 내세운 제약회사나 약국의 광고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평소 비슷한 종류의 음료나 약에 익숙해져 있던 청소년을 겨냥한 범죄였던 만큼, 허위 과장광고 문제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자세히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한준희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근로자와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입장에 대해 고루 보여주고 있다. 타 언론사는 해당 이슈에 대한 특정 계층 및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어 언론사가 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나, 한국일보의 경우 언론사의 목소리보다는 해당 이슈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