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힘겹게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하고 뒤늦게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인 권희동(33ㆍNC)과 정찬헌(33ㆍ키움)이 매 경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권희동은 지난 9일 KT전에서 1군 경기에 시즌 첫선을 보인 후 6경기에서 한풀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율 0.524에 출루율(0.615)과 장타율(0.667)을 합한 OPS가 1.282에 이른다.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신고했고, 멀티히트도 4경기나 된다. 특히 14일 키움전에선 2루타 2개 포함, 3안타에 알짜배기 2타점을 올리며 팀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5월 성적만 보면 타율은 리그 1위고 OPS도 3위다. 타선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NC는 권희동의 가세로 지난주 팀 타율 1위(.315)에 팀 득점 1위(40점)를 기록하며 4승 2패를 거뒀다.
5월부터 1군에 등록된 정찬헌 역시 늦었지만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일 SSG전에서 선발 6이닝 1실점(2피안타 무사사구), 11일 LG전에서도 6이닝 1실점(6피안타 2사사구)으로 호투했다. 두 경기 모두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았지만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키움은 5선발로 낙점한 장재영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간 터라 정찬헌의 호투는 더욱 반갑다.
두 선수 모두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권희동은 2022시즌 후 FA 시장에 나갔지만, 올해 1월까지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하며 선수 생활 연장에 위기를 맞았다. NC 내부에만 7명의 FA가 있었던 데다 지난 시즌 성적도 ‘개인 최저’였던 게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NC가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 등 외야를 보강하면서 잔류도 쉽지 않았다. 진통 끝에 2월 27일에야 ‘염가’ 수준의 1년 단기 계약에 사인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다.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고, 2군에서 보여준 성적(타율 0.244)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4월 내내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1군에서는 예전 기량을 되찾으며 ‘테희동’(테임즈+권희동)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권희동은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권희동보다 더 늦은, 시즌 개막 5일 전에 키움과 계약했다. 자칫 'FA 미아'가 될 뻔했다. 정찬헌 역시 지난 시즌 20경기에서 5승 6패 평균자책점 5.36에 그쳤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지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둘 모두 늦은 만큼 절실함이 반영된 초반 활약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권희동이) 캠프는 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잘 준비한 것 같다. 장타, 득점 부분에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정찬헌이)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선발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5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데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