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베트남에서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암과 함께 당뇨 같은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을 챙기고 치료 부작용을 관리한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베트남에 세운 'KT 헬스케어 비나'를 중심으로 8월까지 ①위암 환자 회복과 ②당뇨 환자 건강관리 등에 나선다.
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를 통해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과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케어 코디네이터'로부터 전문 상담을 받는다. 코디네이터는 간호사나 영양사 출신들로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별도 교육을 받았다.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제나 건강식을 추천해 주는 맞춤 서비스도 있다.
베트남 국립암센터에선 위암 수술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암 수술 후유증과 항암제 부작용을 관리한다. 위암 환자용 식품과 식사 관련 조언도 해준다. 하노이 의대병원에선 당뇨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식사, 운동, 복약 등을 돕는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당뇨 스크리닝 기술'도 담을 계획이다. 앱을 통해 환자가 간단한 문진을 진행하면 AI가 고위험군을 골라내는 기술로 당뇨 조기 진단을 목표로 한다.
KT가 베트남에서 비대면 헬스케어 사업을 실시하는 이유는 인구수에 비해 의료진이 모자라 비대면 의료에 대한 규제 문턱이 낮다 보니 관련 산업의 환경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데이터 분석기관 스태티스타는 2021년 베트남 디지털 헬스산업 규모를 2억9,080만 달러로 분석했다. 2027년에는 5억5,220만 달러(약 7,4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헬스케어 사업 자체를 키워가는 동시에 비대면 진료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비대면 진료 규제가 완화되면 이 회사가 베트남에서 쌓은 비대면 헬스케어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역수출도 생각할 수 있다.
KT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 기업들과 비대면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KT의 비대면 헬스케어 플랫폼을 두 가전 회사 제품에 담는 등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자 외부와 연결이 가능한 프리미엄 TV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집어넣었다. 3월 네오 퀀텀 닷 디스플레이(QLED)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을 내놓으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 '굿닥'을 담았다. TV를 통해 집에서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다만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만큼 "의료법, 약사법 등 관련 법규와 관련 지침·고시·공고 등에 따라 예고 없이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LG전자는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인디펜다'를 제공하고 있다. TV에 탑재된 앱을 통해 노인층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회사는 미국 현지 기업과 비대면 진료를 위한 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단 국내에선 규제 상황 변동 가능성 등의 이유 때문에 관련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