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교사 A씨는 최근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렸다. 놀이시간에 한 원아가 자신의 아이를 다치게 한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신고한 것이다. 피해 아동 학부모는 지난해 12월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문을 받아내라'고 A교사에게 요구했고, 뜻대로 사건이 처리되지 않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교사는 지난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교사노조는 12일 A교사를 신고한 학부모를 협박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교육활동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12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수학여행 가지 않겠다는 학생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가 교육활동을 강요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의 소식을 며칠 전 접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전교조가 벌인 실태조사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봐 보디캠이라도 달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한 교사의 사례도 언급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의 종사자에게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는 경우 지자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사들은 이 조항 때문에 학교에 학부모 민원이 들어온 즉시 아동학대 형사사건으로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전주새뜰유치원 교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민원만 들어와도 교장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분리조치와 전수조사도 모두 의무사항이기에 검찰기소까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단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은 그야말로 현실 속 지옥을 겪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다"고 했다.
교사들은 이런 제도로 인해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위축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9월 전교조가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61.7%가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98.2%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사안 처리 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자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율은 61.4%였고 유죄가 확정됐다는 응답은 1.5%였다.
교원단체들은 법을 개정해 교사의 정당한 지도 행위는 아동학대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 조항은 가정 내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아동학대 관련 법상 가정 내 아동학대와 가정 외 아동학대를 구분하여 대응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수업 중 엎드려 자는 아이를 깨웠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게 지금 학교의 현실"이라며 "아동학대 신고 시 지자체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학교의 현실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교사의 아동학대 사안을 조사할 때 교육청의 의견을 먼저 듣고, 정당한 생활지도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대로 법을 개정할 경우, 학교에서 벌어지는 '진짜' 아동학대를 막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공무원인 교사와 국가기관인 학교가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 의무를 가지는 건 당연한 사항"이라며 "가정이든 기관이든 단 한 명의 아동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촘촘한 안전그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