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기는 통신사도 거둬들이는 정부도 '난감'...주파수 5G 28GHz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5.12 19:00
SKT 28GHz 기지국 구축 미흡, 할당 취소 처분
통신3사 모두 투자금 포기하면서 손 떼
신규 사업자 유치에 당근 내밀었지만 '글쎄'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마저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하게 됐다. 통신 3사 모두 사업성을 이유로 5G 28㎓ 사업을 포기하면서 출시 초기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른 5G'라는 정부와 통신사의 홍보가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에 대해 5G 28㎓ 주파수 종료 시점 이행 점검을 실시하고 할당 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12일 밝혔다. 정부가 통신 3사에 할당한 주파수를 모두 거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사 모두 할당 조건 못 채워…결국 취소 처분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서비스용으로 통신 3사에 3.5㎓ 대역과 28㎓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3년 안에 회사별로 3.5㎓ 대역은 2만2,500개, 28㎓ 대역은 1만5,000개의 기지국을 마련하도록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 구축한 기지국 수가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일 경우 할당을 취소하고 할당 대가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28㎓ 대역을 할당받으면서 SK텔레콤은 2,073억 원, KT 2,078억 원, LG유플러스 2,072억 원을 정부에 각각 냈다.

하지만 통신 3사 모두 기지국 수가 당초 약속한 조건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라면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KT와 LGU+에 대한 할당을 취소했다. SKT에는 28㎓ 주파수 이용 기간을 10% 단축(5년→4년 6개월)하고 이용 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조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할당이 취소됨을 알렸다.

이달 초 과기정통부의 점검 결과 SKT의 28㎓ 대역에서의 망 구축 수는 1,650개였으며 이달 말까지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 없음을 확인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할당 취소 처분을 사전 통지하고 조만간 사업자의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최종 처분은 이달 말 실시한다.



정부는 제4이통사 유치해 할당한다는데…업계선 회의적


업계에서는 SKT의 할당 취소 처분을 예상하고 있었다. 28GHz 5G 서비스는 넓은 대역 폭을 활용해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에 전파 도달 거리는 중대역(3.5GHz) 주파수 대비 짧은 편이다. 이에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인 20초당기가비트(Gbps)를 구현하는 데 필수인 주파수 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기지국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해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와 통신사는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28GHz 5G 사용처가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수요처를 찾지 못한 상태다. 통신 3사가 2,000억 원대의 주파수 할당 비용과 기지국 설치에 드는 추가 비용을 포기하면서 28GHz 대역에서 손을 뗀 이유다.

주파수 할당 계획에 차질이 생긴 과기정통부는 신규 이통사를 유치해 28㎓ 대역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올 초부터 밝혔다. 이를 위해 ①초기 할당 대가 인하 ②4,000억 원 자금 지원 ③세액공제율 상향 등 '당근'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나서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 사업이 초기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장치 산업일 뿐 아니라 요금제 수준을 두고 깐깐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만큼 선뜻 도전하기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통신 3사도 수익성을 찾지 못해 포기한 28GHz 대역까지 떠안아야 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28㎓를 수용하는 장비나 단말기도 마땅히 없는 만큼 통신사 입장에선 수요 없는 시장에 투자하기 어려웠다"며 "중간요금제 압박 등 규제가 있으니 새 사업자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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