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기 열풍' 끝? 은행 가계대출, 4개월 만에 증가 전환

입력
2023.05.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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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폭 1년 5개월 만에 최대
주택·주식투자자금 수요 영향도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4개월 만에 전월 대비 증가로 돌아섰다. 여유자금을 대출 상환에 쏟아붓는 움직임이 주춤한 반면, 빚내서 집을 사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 원으로 3월보다 2조3,000억 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다 다시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잔액 증가 규모 역시 2021년 11월(2조9,000억 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우선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 ‘감소폭’이 3월 3조 원에서 지난달 5,000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통상 연말부터 1, 2월까지는 상여금으로 신용대출을 갚는 이들이 많은데, 올해는 고금리 탓에 상환 압력이 더 컸다. 이런 계절적 요인이 4월 들어 완화하면서 기타대출 감소폭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개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일부 신용대출을 활용한 점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은 2조3,000억 원에서 2조8,000억 원으로 더 확대됐다. 윤 차장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월 1만9,000호에서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로 늘었는데, 2~3개월 시차를 두고 관련 주담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2월 전세 거래량(전국 6만 호)이 늘면서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도 줄었다”고 부연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7조5,000억 원 늘어 지난달 기준 1,196조7,000억 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이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배당금 지급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한 달 사이 3조1,000억 원 불어났다.

은행 수신(예금) 잔액은 3월 대비 13조4,000억 원이나 급감한 2,204조9,000억 원에 그쳤다. 부가가치세 납부와 배당금 지급 등으로 기업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지방자치단체 자금 인출까지 겹치면서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14조8,000억 원 줄었다. 정기예금도 법인 자금을 중심으로 6조4,000억 원 감소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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