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73) 전 태국 총리가 귀국을 예고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망명한 지 17년 만이다. 태국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인 그가 귀환하면 정가에 대형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탁신은 전날 트위터에서 “7월 (26일) 생일 전에 손주들을 만나러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허락을 원한다. 가족과 헤어진 지 17년이 넘었다”고 했다.
탁신은 태국 정치사에서 가장 분열적인 인물이다. 2001년 2월 총리직에 오른 이후 20년 넘게 국가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극명히 갈라져 있다. 평가 역시 하늘과 땅만큼 갈린다. 추종자들은 그를 민생을 중시한 국부급 지도자로 추앙하고, 비판자들은 부패한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라고 폄하한다.
탁신은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이후 해외를 떠돌았다. 2008년 2월 측근들이 만든 정당이 승리하자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귀국했지만, 부패 혐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확실시되자 반년 만에 다시 해외로 도피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생활한다.
탁신은 귀국의 기회를 엿봤다.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여생을 가족과 보낼 수 있다면 귀국해 복역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이라고 구체적인 기한을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탁신이 총선(14일)을 닷새 앞두고 귀국 선언을 한 것은 지지층을 결집시켜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의 막내딸인 패통탄은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 유력한 총리 후보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상·하원 인준을 거쳐 새 총리가 7월에 취임한다. 탁신이 귀국 시점으로 7월을 못 박은 것은 '딸의 총리 등극 -> 본인의 사면'이란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탁신을 견제하는 군부는 ‘돌아오면 감옥행’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위사누 크르어응암 부총리는 “탁신이 귀국하면 가택연금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