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로켓은 날았다. 세계적 경제 불황과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이 주춤거리며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이 활기를 잃어가는 중에도 쿠팡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찍었다. 로켓배송(익일 배송) 대상을 오픈마켓 입점 상품으로 늘리고 운영 효율화로 마진을 개선한 것이 딱 들어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쿠팡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늘어난 7조3,990억 원(약 58억53만 달러·분기 환율 1,275.58원 기준)으로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362억 원(약 1억677달러)으로 3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로 통계청 기준 1분기 국내 유통시장 규모가 4%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그 기세가 대단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라며 "우리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의 실적을 끌어올린 일등 공신은 단연 로켓배송이다. 2014년 로켓배송 초기에는 주로 냉동식품과 생활필수품 등 일부 품목에 서비스가 적용됐으나 2018년부터 가전, 가구 등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로켓그로스' 서비스도 앞으로 로켓배송 상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쿠팡이 보관·재고관리·포장·배송 등 전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직매입 상품에 한해서만 로켓배송이 가능했으나 이제 판매자도 로켓그로스를 통해 하루 만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로켓그로스를 통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났고 1분기 매출의 7%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축소나 비용 인상 등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도 운영 효율화로 마진율을 높인 점도 잘 들어맞았다. 쿠팡은 지난해 마진율이 -1.8%로 역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4.2%로 개선했다. 광고나 와우 유료 멤버십이 아닌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의 운영을 효율화하면서 마진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로켓프레시의 경우 반품 상품에 대한 회수율을 끌어올려 판매 단위당 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쿠팡은 앞으로 와우 회원의 혜택을 늘려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서 5~10% 할인해주는 혜택도 추가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와우 회원은 이용하지 않는 회원보다 두 배 이상 지출한다"며 "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혜택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