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인 지휘자 김은선(43)이 내년 4월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로 데뷔한다. 베를린 필 정기 연주회의 포디엄에 섰던 한국인 지휘자는 정명훈이 유일하다.
9일 베를린 필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은선은 객원 지휘자로 내년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이 부르는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1882년 창단된 베를린 필하모닉은 여성 음악가들에게 문이 좁은 보수적 악단이다. 여성 단원을 1982년 처음 받아들였고 올해 2월 비네타 사레이카를 141년 역사상 첫 여성 악장으로 뽑았다. 아직 여성이 상임 지휘자를 맡은 적은 없다.
김은선은 연세대 음대에서 작곡을,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재학 중이던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1년 여성 지휘자 최초로 SFO 음악감독으로 취임했고 아시아계 음악가로는 드물게 주요 오페라 극장을 두루 누비고 있다. 오페라 '라 보엠'의 지휘를 맡아 지난해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권위의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에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