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캐나다 내정간섭 시비로 누적된 양국 사이의 긴장감이 '외교관 맞추방'으로 폭발했다.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정치인을 사찰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자, 중국도 캐나다 외교관 추방으로 맞불을 놓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주(駐)토론토 중국영사관 소속 외교관인 자오웨이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국외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어떤 형태의 내정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에 관여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드메일은 이달 1일 정보 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중국계 캐나다 정치인인 마이클 청 하원의원의 홍콩 친인척 정보를 포함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출신의 캐나다 이민 2세인 청 의원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중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해당 보고서는 2년 전에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캐나다가 자오웨이를 왜 방치했는지, 당사자인 청 의원이 왜 보고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등 의문점은 남은 상태다.
중국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캐나다의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고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과 강력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하이 주재 캐나다 총영사관의 제니퍼 라론드 영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이달 13일 전에 중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라론드 영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한 구체적 사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캐나다에서는 2019년과 2021년 치러진 총선에서 중국이 친중 성향 후보를 지원했다는 정보기관 문건이 공개되며 반중 여론이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카메라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공개돼 양국관계가 더 냉각됐다. 2018년 캐나다가 미국 요청에 따라 중국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의 딸 멍완저우 당시 부회장을 가택연금한 사건을 둘러싼 앙금도 풀리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진일보한 대응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멍완저우 억류 당시 캐나다산 카놀라와 돼지고기 수입 중단 보복을 단행했던 전례에 비춰 각종 수입품 금수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에서도 중국의 내정간섭 시도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커지고 있어서 갈등 국면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