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수연님께서 여기 어딘가에 앉아 계신 것 같아요.”
가수 김현철이 노래 ‘그대 안의 블루’를 배우 공성하와 함께 부른 후 한 말이다. 그는 고 강수연(1966~2022)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서였다. ‘그대 안의 블루’는 강수연이 출연한 동명 영화(1992) 주제가다. 김현철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영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려 돌아가신 배우들이 돌아가시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수연은 지난해 5월 7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날 행사는 영화인 총회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극장 좌석 279석이 꽉 찼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감독 이장호, 배창호, 이현승, 김한민, 연상호, 배우 안성기, 박중훈, 전도연, 이정현, 문근영, 심재명 명필름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배우 문소리와 최희서, 박지현, 김혜준, 정우성, 이정재는 영상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사회는 배우 겸 감독 유지태가 맡았다.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인 김 전 이사장을 시작으로 관계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공동위원장 안성기는 쉰 목소리로 “기대하는 것만큼 (추모전이) 안 되면 어떨까 걱정이 된다”면서 “우리 수연씨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어디서든지 지금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위원장 박중훈은 “강수연 배우님의 동료이자 후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스무 살 때 처음 만난 강수연을 떠올렸다. 그는 “제가 직접 본 사람 중 가장 외형적으로 아름답고 화려했고 동시에 실제 생활에서는 굉장히 검소했던 사람”이라고 돌아봤다. 박중훈은 “슬픔이 1년이 됐는데도 잘 가시지가 않는다”며 “그저 할 수 있는 건 영원히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공개된 책 ‘강수연’에 담긴 편지에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누님 빈소에 도착하던 그 순간, 그저 모든 것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거든요’라고 썼다.
고인의 동생 강수경씨는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그는 “추모회 이야기를 말씀드렸을 때 김 전 이사장님은 정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해야죠’ 하셨다”며 “많은 분들께서 마음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고인은 행사에서 의도치 않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개막식 마지막을 장식한 단편영화 ‘주리’(2013) 상영을 통해서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단편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그린 영화다. 김동호 전 이사장이 메가폰을 잡았고, 고인과 안성기, 정인기, 영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 등이 출연했다. 고인이 “나, 강수연이야!”라고 외치며 영화감독과 드잡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감탄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강수연 추모전은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다.